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인 남민지 프로가 ‘프로의 시선’으로 골프 보조용품들을 리뷰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물론 ‘직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생소한 제품까지 망라합니다. KLPGA 정규(1부)투어에서 2007년부터 7년간 활약한 경험을 토대로 철저히 ‘남의 입장’ ‘남의 시선’으로 용품들을 평가할 예정입니다.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정말 신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선수 때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제품들도 있었죠. 몇몇 제품은 정말 효과가 있는지 직접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이골프는 단연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홈트(홈트레이닝)’가 유행하는 건 알았지만 ‘홈스(홈스크린골프)’까지 가능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1호 리뷰 제품으로 파이골프를 정한 이유입니다.인터넷 최저가로 19만92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파이골프의 구성품은 센서, 클럽, 충전기가 전부일 정도로 매우 단출합니다. 스마트폰에 파이골프 전용 앱을 설치하고 ‘스크린 미러링’ 방식으로 TV에 연결하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UI(사용자 환경)는 다양하면서도 직관적이었습니다. 트레이닝 모드 외에도 온라인으로 다른 상대와 대결할 수 있는 모드도 있고요. 다만 일부 코스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파이골프가 제공하는 모든 코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월 구독료 22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웠습니다.파이골프의 센서는 220야드 안쪽의 힘으로 치는 스윙 속도에선 생각보다 매우 뛰어난 인식률을 보여줬습니다. 제 경우 9번 아이언의 캐리 거리가 135야드 안팎인데, 파이골프에서도 비슷한 거리가 기록됐어요. 드라이버 거리도 정확한 편이었고요. 정타 기준 220야드 정도인데 파이골프도 220~230야드의 숫자를 스크린에 띄웠습니다.다만 그 이상의 속도를 내면 비거리가 270야드로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센서가 예민해 쇼트게임에서 살짝만 휘둘러도 그린을 훌쩍 넘어가는 샷이 종종 나왔다는 점도 아쉽네요. 덕분에 테스트 중 모처럼 더블 파 스코어를 적어냈네요.‘연습장 모드’에서 퍼팅 연습을 하면 클럽 헤드가 지나간 길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기능은 새로웠습니다. ‘거리감’도 꽤 정확했고요. 정확히 클럽 헤드가 지나간 길을 알 수 있어서 일관된 스트로크를 만드는 훌륭한 퍼팅 연습기가 될 것 같습니다. 파이골프 제품에는 별 5개 만점에 4개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정 거리 구간에서 보여준 ‘약한 모습’은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지만, 스크린골프장을 가기 어려운 시기임을 고려하면 꽤 만족스러운 대체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남민지 < KLPGA 정회원 >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김시우(26)의 뒤에는 숨은 조련사가 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과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31·미국) 등을 제자로 둔 유명 코치 클라우드 하먼 3세다. 그의 아버지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의 전성기를 이끈 스윙 코치 부치 하먼(78·미국)이다. 전에는 ‘부치의 아들’로 불렸으나 성공 신화를 써가면서 아버지에 버금가는 명성을 쌓았다.김시우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2019년 시즌 중간에 하먼 3세를 찾아갔다. 하먼 3세는 김시우와 함께 2년 가까이 기본기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김시우는 2019~2020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먼 3세는 결국 김시우의 스윙에 숨을 불어넣으며 재기를 도왔다. 김시우는 “그립과 어드레스 등 기본기가 흔들렸다”며 “공 앞에만 서면 불안할 때도 있었다. 다행히 하먼 3세와 기본기를 착실하게 가다듬은 뒤 경기력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하먼 3세는 기술적인 조언 외에도 필드 안에서 김시우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하고 성격이 급한 김시우에게 인내심을 요구했다. 김시우는 이번 우승에도 하먼 3세의 도움이 컸다며 공을 스승에게 돌렸다. 김시우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쫓기는 경향이 있었고 우승 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하먼 3세 코치가 ‘언제든 기회가 올 수 있는 선수니까 너 자신만 믿고 차분히 기다리라’고 했고 그의 말대로 됐다”며 웃었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끝난 줄 알았던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골프 천재’ 김시우(26)가 3년8개월 만에 침묵을 깨면서다. 김시우는 25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지난주 96위였던 세계랭킹은 48위로 수직상승했다.이 덕분에 김시우는 세계랭킹 73위 안병훈(30)과 95위 강성훈(34)을 제치고 한국 내 ‘올림픽 골프랭킹’ 2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17위인 임성재(23)가 올림픽 랭킹 1위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은 국가별로 세계랭킹 상위 2명(15위 이내면 최대 4명)에게 주어진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현재 기준으로 임성재와 김시우가 출전하게 된다. 두 선수 모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의무를 면제받게 돼 제약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이번주 김시우의 가장 큰 수확은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점이다. 그는 임성재에 앞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한 ‘골프 천재’였다. 2012년 17세5개월의 나이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로 통과했을 때만 해도 국내에 그의 경쟁자는 없었다.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그의 시대가 열리는 듯했으나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 PGA투어 신인상, 혼다클래식 우승, 마스터스 동양인 최초 준우승을 차지한 임성재가 치고 올라오면서 김시우의 존재감이 옅어졌다.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 대회를 끝으로 만료됐던 마스터스 출전 자격도 연장했다. 오는 4월 미국 애틀랜타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한 한국 선수는 이날 기준으로 김시우와 임성재 둘뿐이다. 장타보다는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중요한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김시우와 임성재 모두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