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골프, 체형 따라 샤프트 길이 조절…관용성 극대화
‘퍼터 명가’ 핑의 역사는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에서 출발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40대의 카스텐은 자신의 차고에서 레코드판 커버에 퍼터를 설계하다 1959년 첫 작품인 ‘1A퍼터’를 출시했다. 타구 시 났던 ‘핑’ 하는 청명한 소리는 핑 골프의 이름이 됐다. 핑이 퍼터명가로 발돋움하게 된 데는 1966년 발표된 핑 앤서가 바탕이 됐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쓰이지만 이 퍼터에 적용된 ‘토-힐 밸런스’ 특허는 당시 혁명적인 콘셉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술은 아이언의 토-힐 무게 배분 원칙, 정밀 주조공법 등으로 확산되면서 클럽 제작 전체의 큰 축을 담당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앤서 모델 개발에는 그해 핑에 입사한 릭 헤플러가 있었다. 2003년 타계할 때까지 47년을 핑에 근무했던 그는 핑 칼라코드차트를 발표하는 데 기여했고, 이는 골퍼의 체형과 스윙에 맞는 ‘맞춤클럽’의 효시로 피팅을 체계화하는 역할을 했다.

핑 골프는 릭 헤플러를 기리기 위해 관용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헤플러(Heppler) 퍼터 시리즈(사진)’를 내놨다. 디자인이 세련된 고성능 헤플러 퍼터는 스틸페이스의 단단한 타구감에 높은 관성모멘트를 갖춰 정확성과 일관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이다. 이 제품은 항공우주산업에서 적용되는 정교한 고압 알루미늄 캐스팅과 스틸을 결합해 최대 관성모멘트와 최적의 무게중심을 이끌어 내도록 설계됐다.

전작인 시그마2 퍼터와 마찬가지로 헤플러 퍼터 라인엔 핑의 샤프트 길이 조절 기술이 접목됐다. 샤프트 내의 카본파이버 슬리브를 전용 렌치로 조절하면 샤프트 길이를 32~36인치 사이로 설정할 수 있다. 골퍼의 체형에 맞는 길이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클럽 헤드 소재 부분에도 발전이 있었다. 블레이드 모델(앤서2, Zb3)은 17-4 스테인리스 스틸로 주조됐고, 말렛-파이퍼, 파이퍼C, 파이퍼 암록, 페치, 케쉬, 타인3, 플로키 그리고 톰캣14은 각각 밀도와 무게가 다른 알루미늄소재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결합해 만들었다. 핑골프를 수입 판매하는 삼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무게 중심 배치가 자유로워 블레이드, 말렛 등 10가지 디자인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며 “모양마다 최적의 비율로 무게중심을 둬 관성모멘트를 최고로 높혔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