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리스트
타이틀리스트
골프 의류 시장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한때는 발만 담가도 성공이 보장되는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지 오래다. 등록된 브랜드 수가 100개가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한 골프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잘나가던 브랜드 A사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소비자의 눈높이도 올라가면서 특색있는 디자인이나 확실한 기술력이 있는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분야가 골프 의류 시장”이라고 전했다.
와이드앵글
와이드앵글
‘절제美’ 앞세운 프리미엄 브랜드 승승장구

반면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브랜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쿠쉬네트의 풋조이(FJ) 어패럴은 최근 서울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54번째 브랜드 스토어를 열었다. 브랜드 스토어는 골프화부터 어패럴, 액세서리까지 FJ 제품만 취급하는 매장을 뜻한다. 2015년 국내에 브랜드를 론칭한 FJ가 빠르게 인지도를 넓혔고 전년 동기 대비 187%의 성장세를 보인 게 원동력이 됐다.

절제된 멋이 대세…튀지 않아야 돋보인다, 필드 위 패셔니스타
국내 시장에서 아쿠쉬네트 어패럴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이 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미국 본사가 아니라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브랜드로 FJ의 ‘상위 모델’로 여겨진다. 기존 골프 의류 트렌드와 달리 화려하지 않고 절제미를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 프리미엄 골프 의류 시장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로 확실한 소비자층을 확보했고 가격대가 낮은 자매 브랜드인 FJ도 연착륙에 성공했다.

아쿠쉬네트 관계자는 “최근 골프 어패럴의 트렌드는 스윙에 필요한 기능과 퍼포먼스는 기본이고 요란하지 않은 스타일과 디자인이 특징”이라며 “화려한 패턴보다 필드와 일상을 넘나들 수 있는 차분하고 세련된 스타일이 ‘대세’로 통한다”고 전했다.

출시 2년여 만에 프리미엄 골프 웨어 시장 ‘빅2’로 올라선 파슨스익스트림골프(PXG)도 마찬가지. PXG 어패럴은 미국 본사가 아니라 PXG코리아가 한국에서만 자체적으로 론칭한 브랜드다. 매년 한정판 색을 제외하면 검은색과 흰색, 회색만 섞어 쓰는 어패럴은 이미 견고한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PXG코리아는 지난달 21일 대대적인 쇼케이스를 열고 본사가 있는 미국 본토에 ‘역수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풋조이
풋조이
‘색 뚜렷한’ 광고 효과 톡톡

골프 의류 시장에 또 하나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와이드앵글은 광고를 가장 잘 활용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와이드앵글은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배우 김사랑을 메인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어떤 옷이든 잘 소화하는 김사랑 덕분에 매장을 찾는 소비자 중엔 광고에서 김사랑이 입고 나오는 ‘풀 세트’를 그대로 달라는 이가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상반기 패션업계 키워드였던 ‘레트로(복고)’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놔 골프 의류 트렌드 리더도 자처하고 있다. 와이드앵글 관계자는 “나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패션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골퍼들도 기존과 다른 스타일을 찾고 있다”며 “스포츠 의류 경계를 넘어 일상복에 쓰이던 컬러와 패턴, 소재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LPGA골프웨어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을 메인 모델로 채택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스포츠 선수의 강점인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건강미’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어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엠블럼 사용 계약을 맺어 남성용 골프웨어도 출시했다.

코오롱의 WAAC은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재미 동포 케빈 나(36), ‘슈퍼 장타자’인 재미 동포 김찬(29) 등을 앞세워 활발한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