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LPGA 시즌 첫 출격…'아홉수' 깨고 통산 20승 일굴까
‘골프여제’ 박인비(31·사진)가 기지개를 켠다. 오는 28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718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이 올 시즌 첫 출격 무대다.

박인비는 지난해 9월 에비앙챔피언십을 끝으로 LPGA 정규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다. 이후 국내 대회 2개를 더 소화한 뒤 자택이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동계 훈련에 들어갔다. 챔피언들만 초청받는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를 비롯해 올 시즌 4개 대회를 모두 건너뛰었다. 세계랭킹 20위권 선수 중 아직까지 대회에 나오지 않은 이는 그가 유일하다. 대신 30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비중을 높이고 있는 체력훈련과 실전감각을 깨우는 일에 집중했다. 그는 “기술이나 성적 등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으려 했다”고 말했다.

대회와 궁합은 좋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HSBC위민스챔피언십은 박인비가 유일한 멀티 우승자다. 그는 2015년, 2017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가 2승 이상을 올린 대회는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3승) 그리고 이 대회뿐이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변수다. 대비책은 있다. 박인비는 지난해 말 “더위 속에서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해법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대회 첫 2연패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샷감 깨우기에는 성공했다. 그는 곧바로 열린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13개월여 만에 우승해 19승째를 신고했다.

최하위권(125위)으로 떨어진 드라이버 비거리(246야드)와 다소 무뎌진 아이언샷 정확도(현재 29위)를 끌어올리는 건 시즌 내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4년 연속 2승 이상 멀티승수를 신고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아이언 적중률이 6~33위를 오갔다. 퍼팅은 3년 연속 1위(2012~2014년)를 했지만 손가락 부상을 당한 2016년 25위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3위까지 회복했다.

올해도 우승한다면 여느 대회와는 의미가 다르다. 19승에 막힌 ‘아홉수’를 1년여 만에 깨고 통산 20승 고지에 발을 디디게 된다. 홀수 연도 3연속 우승이란 기분 좋은 인연도 이어진다. 후배 양희영(30)이 지난 24일 혼다LPGA타일랜드 대회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은 ‘징검다리 우승’이다.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2승을 신고한 ‘K골프’의 초반 랠리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박인비는 시즌 첫 대회에 나서는 소감에 대해 “성적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며 몸을 낮췄다. 동계 훈련의 결과를 테스트하고 보완점을 찾아내 남은 시즌을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기억이 많았던 싱가포르라 항상 갈 때마다 즐겁다”며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끌어올려 대회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