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가 얄미워!’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24·사진)이 주춤했다. 15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달러·약 14억6000만원)에서다.

고진영은 이날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GC(파72·6648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를 이븐파로 마쳤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똑같이 보기 3개가 나왔다. 중간합계 4언더파 공동 10위다. 이날 3타를 추가로 덜어낸 수웨이링(대만)이 10언더파로 첫날에 이어 이틀째 선두를 달렸다. 매들린 색스트롬(스웨덴)이 5타를 줄여 수웨이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웨이링은 지난해 1월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준우승한 대만 여자 골프의 유망주다. 2017년 LPGA에 데뷔한 색스트롬은 세계랭킹이 121위인 무명 선수다.

고진영은 지난해 LPGA투어 데뷔전인 이 대회에서 첫 승을 올려 LPGA투어 역사상 67년 만에 데뷔전을 제패한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대회까지 제패하면 ‘데뷔전(戰) 우승 타이틀’을 방어하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두그룹을 따라잡으려면 남은 라운드에서 6타 차를 넘어서야 한다. 샷은 좋았다.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81야드에 달했고 정확도가 78%로 높았다. 그린 적중률도 83%로 준수했다. 하지만 벙커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첫날 보기 2개를 모두 벙커에서 내준 고진영은 이날도 3타를 모두 벙커에서 까먹었다. 이틀 동안 벙커에서 잃은 타수만 5타다. 벙커샷이 그린 위에서 잘 멈추지 않고 길게 굴러가 까다로운 파퍼팅을 남겼다. 대회장인 그레인지GC는 그린이 봉긋하게 솟은 이른바 ‘포대그린’이 많은 데다, 벙커 모래가 바짝 말라 있어 선수들이 벙커 탈출에 애를 먹었다. 이날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추가로 덜어낸 양희영(30)이 고진영과 나란히 4언더파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LPGA투어 데뷔전에 나선 ‘핫식스’ 이정은(23)은 반전 기회를 살려냈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내며 첫날 공동 48위(이븐파)에서 공동 17위(3언더파)로 순위를 31계단 끌어올렸다. 첫날 이정은은 몸이 덜 풀린 듯 보기 2개, 버디 2개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이정은은 지난해 LPGA투어 퀄리파잉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해 올 시즌 투어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2016년 데뷔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통산 6승을 수확했다.

이틀간 4오버파를 친 최운정(29)은 하위권으로 뒤처지며 커트 탈락했다. 통산 15승을 수확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4오버파로 커트 탈락한 것도 이변 중 하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