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을 기다렸어!”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을 기다렸어!” >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한 임효준(22·한국체대)이 코치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코치님, 저 오늘 결승만 가면 사고 한 번 칠 거 같아요.”

준결승전에서도 1위에 오른 임효준은 마지막 결선에서 진짜 ‘대형사고’를 쳤다. 2분10초485를 기록한 그는 이정수(29·고양시청)가 2010 밴쿠버에서 세운 올림픽 기록(2분10초949)까지 갈아치웠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지만 7차례나 수술대에 오르는 등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8번째 일어나 처음 참가한 올림픽 첫 쇼트트랙 경기에서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내며 ‘7전8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7번 수술 극복하고 금메달 딴 오뚝이

86㎝, 0.07초. 임효준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2위인 네덜란드 싱키 크네스트(2분10초555)와의 거리와 시간 차이다. 그러나 임효준이 달려온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결승전에서 그는 5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으로 휘청거렸다. 자칫 넘어질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중심을 잡은 뒤 내달렸다. 이후 크네스트와 선두 다툼을 벌인 그는 2바퀴를 남기고 1위로 치고 올라가는 등 강한 뒷심을 보여줬다.

임효준이 11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임효준이 11일 오후 강원 평창 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임효준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쇼트트랙을 시작한 것도 어린 시절 수영 선수로 활동하다 고막을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2012년 유스올림픽 쇼트트랙 1000m에서 우승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끊이지 않는 부상에 울어야 했다. 오른쪽 발목만 세 차례 부러졌고, 정강이뼈 골절, 오른쪽 인대 파열, 요추부염좌 등도 겪었다. 수술대에 오른 횟수만 7번이다. 이정수, 신다운(25·서울시청) 등 기존 간판급 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에도 악재가 이어졌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월드컵 1차에서 허리를 다쳐 2, 3차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임효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확정 지은 순간 임효준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경기 직후 그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내가 첫 번째라는 것을 알았다”며 “‘내가 1등이구나’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말했다.

◆‘소치 굴욕’ 털어준 임효준 ‘다관왕 도전’

임효준은 남자 대표팀에 8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안겨줬다. 남자 대표팀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빅토르 안(안현수)을 앞세운 러시아의 텃세에 밀려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임효준은 가장 먼저 금메달을 따내며 다관왕 도전에 나섰다.

임효준은 13일 남자 1000m 예선을 시작으로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예선을 통과하면 17일 1000m 결선을 치른다. 22일에는 500m와 5000m 계주 결승도 잡혀 있다. 임효준은 지난해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임효준은 당시 1500m에서 금빛 질주를 한 뒤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아직 올림픽이 끝난 게 아니다”며 “5000m 계주만큼은 꼭 우승하고 싶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메달리스트에게 6000만원(은메달 3000만원, 동메달 1800만원)을 준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매월 100만원(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5000원)의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준다. 금메달리스트는 일시금으로 6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2관왕이나 2연패는 최고 50%(2연패)의 가산금이 붙는다. 하지만 메달을 여러 개 딴다 해도 연금이 월 100만원을 넘을 수는 없다. 또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대한스키협회가 금메달 3억원, 은메달 2억원, 동메달 1억원씩을 별도로 내걸었다.

임효준이 소속한 빙상연맹은 아직까지 어떤 수준의 포상을 할지 알려진 게 없다. 임효준을 모델로 내세운 비자카드의 금메달 보너스도 기대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동메달만 따도 군 복무가 면제된다.

강릉=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