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당한 충격적인 패배가 한국에 약이 될까,독이 될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에서 뼈아픈 1-4 패배를 당한 후 침울한 상태다. 허정무 감독은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에게 "나쁜 기억을 떨쳐버리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대비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대화를 극도로 자제할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오는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나이지리아와 3차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간판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은 설상가상으로 자책골을 헌납하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해 자책감이 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 패배가 오히려 나이지리아와 일전을 앞둔 선수들이 맞은 강력한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다. 패배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심기일전한다면 오히려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어서다.

허 감독은 "오늘의 패배가 다음 경기에 보약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이영표(알 힐랄)도 "어차피 그리스 나이지리아에 승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우리가 16강 진출 자격이 있는 팀이라면 오늘처럼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었을 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빨리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자고 다독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