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메이저 퀸'에 오른 카트리나 매튜(40)와 공동 3위를 차지한 한희원(31 · 휠라코리아)의 공통점은 '엄마 골퍼'라는 것이다. 이들이 빽빽한 투어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건 '가정'과 '자녀'라는 두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강풍도 지존도 '엄마'를 막지 못했다
매튜는 1994년 그레임 매튜와 결혼한 이후 1995년 미LPGA 투어 무대에 뛰어들어 컵누들스하와이레이디스오픈(2001년)과 웬디스챔피언십(2004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혼 11년차에 접어든 2006년 첫 아이를 낳은 매튜는 지난 5월 말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2주 전 프랑스에서 열린 에비앙마스터스(공동 30위)와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잇따라 출전했다. 특히 에비앙마스터스에서는 숙소에 불이 나는 바람에 캐디를 맡고 있는 남편이 화상을 입기도 했다. 강풍 속에서도 남편과 같이 필드에 나선 그는 "남편의 격려가 우승 밑거름이 됐다"며 "아이는 2명이면 딱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며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가 되면 (선수 생활 지속 여부를)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엄마 골퍼'인 한희원은 투어 무대에 뛰고 있는 한국 후배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는 야구 선수 출신의 손혁과 결혼 후 2007년 8월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편의 외조 속에 투어에 지속적으로 참가,상위권 을 유지하고 있다. 아들은 충남 공주에 있는 시댁 부모가 맡아 키우고 있으며,투어 일정 중간에 시간이 나면 꼭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미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엄마 골퍼'는 줄리 잉스터(49),마리아 요르트(36),로라 디아즈(35),재니스 무디(36) 등 30여 명에 자녀 수만도 50명에 달한다. 지난해 코닝클래식(공동 62위)에 참가한 수지 레드먼(43)은 자녀를 넷이나 두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자녀의 방학 등을 이용해 미국뿐 아니라 해외 대회에 함께하기도 한다. 한국 선수 중에는 지난 6월 아들을 출산한 박희정(29)이 올해 휴식을 취하고 내년 투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정은 "투어 생활이 힘든 일정의 연속이어서 어린 자녀와 동행하기 힘들다"며 "친정이나 시댁에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도 선수 이원희와 결혼한 김미현(32)은 오는 11월께 2세를 출산할 예정이어서 '엄마골퍼' 3호가 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는 박성자(44) 서예선(38 · 하이마트) 등이 자녀가 있고,이주은(32 · 현대아산) 조윤희(27) 조미현(29)은 결혼한 지 1년이 안 된 새색시들이다.

한편 '골프지존'신지애(21 · 미래에셋)는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로 최나연(22 · SK텔레콤),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공동 8위로 경기를 마쳤다.

재미교포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는 공동 11위(합계 4오버파 292타)를 기록한 덕분에 와일드카드로 솔하임컵(미국-유럽 여자프로골프대항전) 미국 대표팀에 뽑혔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