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서민살리기 5대 법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상조업 피해 방지법 때문에 애먼 회원제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업계가 '유탄'을 맞게 생겼다.

정부 · 여당안으로 제출된 할부거래법 개정안(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은 상조업처럼 미리 돈을 받아두고 나중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를 '선불거래'로 규정하고 받은 돈의 50%를 금융회사에 맡기도록 했는데 그 대상에 골프장과 콘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입회금의 절반을 예치할 경우 골프장이나 콘도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받은 돈 절반 예치하라."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권 의원은 "상조업에 대한 제도적 규제장치가 전혀 없다보니 업체에 돈만 내고 망해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내용의 상조업 피해 방지법안을 준비 중이라기에 협의를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지난 6월 이 법안을 중점 처리할 서민살리기 5대 법안으로 분류했다. 사실상 정부 · 여당안으로 채택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상조업과 같은 선불거래 때 미리 받은 돈의 50%를 금융회사에 맡기거나 그에 상응하는 지급보증계약 등의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업자의 부도 폐업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정순영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선수금에 대한 일부 보전조치로 소비자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골프장 사업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이같은 규제의 대상을 '상조업'으로 한정하지 않고 선불거래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한 데서 생겨난다. 정무위 소속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회원제 골프장과 콘도도 입회금을 선불로 받고서 필요할 때 '라운딩'이나 '숙박'을 서비스로 제공하면 선불거래로 볼 수 있다"며 "업체들이 입회금을 받아서 토지 매입비,건설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데 절반을 예치토록 강제하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똑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회원제 골프장과 콘도를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문제 제기를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골프장의 경우,파산해 소유주가 바뀌어도 회원권은 승계되게끔 체육시설법을 통해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데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장 및 콘도업계에서는 이를 뒤늦게 알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튀업체는 규제해야" 주장도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골프장이나 콘도 중에서도 회원 수를 과도하게 늘리는 곳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회비를 미리 받고 골프장 부킹 및 콘도 예약을 주선해주는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상조업 못지않아서 선불거래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발의자인 권 의원은 "법안 심사나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