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입문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분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두 가지 가르침이 있다.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에,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과 의복을 단정하게 갖추라는 것이었다.

의복을 단정하게 갖추라는 것은,골프는 무엇보다 예절이 우선하는 운동이라는 점을 지나치지 말라는 것일 게다.

실제로 골프장이나 연습장에 가게 되면,전혀 예상 밖의 사람과 만날 때가 허다하다.

옛날에는 서로 친숙했다가 지금은 소원한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반대로 평소에는 한 달에 두세 번씩이나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는 사이인데,골프장에서 우연히 마주쳐서 놀라고 겸연쩍은 얼굴이 될 때도 있다.

서로가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수인사도 없이 지내다가 골프장에서 만나 첫 인사를 나누고 트고 지내는 경험도 있다.

또는 낯모르는 사람과 조인해 팀을 구성할 때도 없지 않다.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인데,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골프장에서 문득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지나온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골퍼가 그 다음 라운드에서 호흡을 고를 사이도 없이 가장 먼저 티오프하게 되는 것도 겸손과 예절을 강조한 것에서 발생한 룰이다.

그늘집에 당도해서 모자를 탁자 위에 놓지 말라는 것도,시간에 쫓기더라도 페어웨이에서 뛰지 말라는 것도,라운드 도중 잔디에서 칩샷 연습을 하지 말라는 것도,동료 골퍼의 샷에 거침 없는 찬사를 보내라는 것도 모두 예절이다.

이 모든 예절의 기본은 우선 복장부터 단정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처럼 만남의 의외성이 많고 예절을 저버리지 말아야 하는 골프장에서 똥싼 바지처럼 늘어진 의복을 추스르지 않고 라운드를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평소에 의복을 갖춰 입는 센스에 둔감해서 옷의 명목을 빌려 아무렇게나 걸치고 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골프에 입문하게 되면서 ''이래선 안되겠구나'' 하는 인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