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 불러 고공농성 제압? "황도희 실장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은성그룹 전략기획실 실장 황도희는 은성백화점 옥상에서 78일째 고공농성 중인 오경숙 변호사를 강제로 끌어내리려고 이른바 용역을 활용한다. 은성그룹 창립기념일이 사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공농성과 이를 지지하는 집회·시위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급한 나머지 법보다 주먹을 앞세운 것이다. 고상한 표현으로 사인에 의한 자력구제인데 이는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법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퀸메이커 황도희 실장이 택할 수 있었던 합법적인 대응방법을 생각해보자.

첫째, 가처분신청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수단이다. 은성그룹은 소유권, 평온한 시설 이용·관리권, 영업(업무)방해금지청구권, 인격권에 기한 명예훼손금지청구권 등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고공농성이나 집회·시위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었다.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또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이를 제약하는 가처분신청은 다소 엄격하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으나, 드라마처럼 옥상을 점거하여 고공농성을 하는 경우에는 타인이 소유·관리하는 시설물에 대한 지나친 침해이므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황도희 실장이 가처분을 신청하기에는 다소 늦었다. 창립기념일을 사흘 앞두고 있었는데, 이러한 유형의 가처분신청은 아무리 빨리 진행되어도 2개월은 걸린다. 가처분신청서가 대상 행위자에게 송달이 되어야 하고, 심문기일도 최소 1회 개최되어야 하며 법원에는 다른 사건도 많기 때문이다. 법원마다 가처분 심문기일이 개최되는 요일이 정해져 있으므로, 이를 미리 파악해 두면 시간 계산에 다소 도움이 된다.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대개 위반행위 1일당 일정 금액을 배상하라는 간접강제 방법으로 행위의 금지가 관철된다.

둘째, 형사고소이다. 집회·시위의 태양에 따라 업무방해, 주거침입, 명예훼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집회), 도로법 위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옥외광고물법) 위반 등으로 형사고소하는 것을 상정할 수 있다.

판례는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840 판결), 최근 들어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므로, 형사고소를 한다고 해서 항상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백화점 옥상을 점거하는 것은 업무방해에는 충분히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이다. 금전배상 청구로 사후적인 구제수단이자 가장 간접적인 구제수단으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은 낮은 편이다.

먼저, 가처분신청과 마찬가지로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업무방해, 집회 구호내용 또는 현수막 기재내용의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고, 집회·시위로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관련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확성기 등의 소음기준을 정하고 있고 통상 현장 경찰관이 측정을 하고 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는 손해발생사실의 입증이 곤란한 경우가 상당히 많고,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대체로 1년 가까이 걸리므로 그 활용이 제한적이다.

반면에 가압류를 선행·병행하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할 수 있으나, 가압류 대상 재산을 파악하여야 하고, 근로자인 경우 파악이 비교적 쉽고 가장 실효적인 예금채권 가압류의 경우에는 법원에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부동산이나 동산 가압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마찬가지로 손해발생사실의 특정 또한 어려운 문제이다.

넷째, 옥외광고물법 적용을 통한 도로에 설치된 현수막의 철거 요청이다. 집회·시위에 사용되는 현수막의 제거와 관련한 방법이다. 원래 현수막이 공중에 항상 또는 일정 기간 계속 노출되어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서 옥외광고물에 해당하면 신고가 필요하나,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노동운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신고가 불필요하다.

그러나 관할 관청에 신고없이 집회 등과 관련된 현수막을 게시하였으나 최소한 2인 이상이 실제 집회 장소에 모여 활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현수막 제거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관할 관청이 먼저 철거명령 또는 조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으므로, 관할 관청에 적극적으로 철거나 조치를 요청할 필요가 있고 옥외광고물법 위반으로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드라마 속에서 옥상 현수막이 옥외광고물에 해당한다면 1인이 시위를 하고 있어 행사 또는 집회에 사용되는 경우가 아니었으므로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철거나 조치도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집회금지(제한) 통고 요청이라는 것도 있다. 집회 신고장소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관할경찰서장은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주거지역 이와 유사한 장소라는 요건이 있기 때문에 백화점 옥상 점검에 대응하는 수단으로는 활용이 어렵지만, 그러한 요건을 갖춘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는 활용 가능한 방법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