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연 ‘2023년도 퇴직연금 업무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국민의 노후를 든든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의 연금성·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연 ‘2023년도 퇴직연금 업무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국민의 노후를 든든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의 연금성·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은 30일 ‘2023년도 퇴직연금 업무 설명회’에서 “퇴직연금의 연금성 및 보장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연금 구조’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노후소득 보장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는 △퇴직연금제도 단계적 의무화 △중도 인출 최소화 △수익률 개선 △중소퇴직기금제도 활성화 등 구조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의무 가입' 대기업부터…주택 구입용은 중도인출 제한
고용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도입률은 2021년 기준 27.1%에 그치고 있다. 같은 해 수급을 개시한 퇴직연금 계좌 39만7270개 가운데 일시금으로 돈이 빠져나간 계좌는 38만286개로 95.7%를 차지했다. 또 매년 2조원 안팎이 중도 인출되고 있다. 사실상 퇴직연금이 연금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9%)과 비슷한 수준의 부담률(8.3%)을 보이면서도 전체 연금소득에 대한 기여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를 통해 도입률을 장기적으로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도 인출도 제한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도 인출은 무주택 가입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 계약,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요양비, 개인파산·회생 등 제한적 사유에 한해 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퇴직연금을 중도에 빼낸 가입자 중 주택 구입이 54.4%, 전세보증금 등 임차 목적이 27.2%로 주택 관련 목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부는 주택 구입이나 전세 계약을 사유로 한 중도 인출을 제한하고, 대신 긴급자금 마련은 가급적 퇴직연금 대출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퇴직연금제도 확대에도 나서기로 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제도는 국내 최초의 공적 퇴직급여제도로 지난해 9월 도입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만8264개 사업장 소속 20만3503명의 근로자를 유치하고 1조2683억원의 적립금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현재까지 가입 근로자는 2800개 사업장 소속 1만3000명, 기금 누적액은 530억원에 불과하다. 목표 근로자의 6.4%, 목표 적립금의 4.2%에 그치는 셈이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설명회에서 발표에 나선 김미영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최근 5년 평균 1.95%에 그친 낮은 수익률과 시장 내 경쟁 부재 등이 퇴직연금 시장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디폴트옵션 제도 안착 등 수익률 개선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또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품의 해지 손실 없이 금융회사만 변경할 수 있도록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사가 주기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품을 자체 선별해 정리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지도에 나설 방침이다.

곽용희/이인혁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