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7일 성남시청 등 40여 곳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로 적으며 이 대표를 겨냥한 강제 수사임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이날 귀국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를 곧바로 압송하며 불법 대북 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0일 세 번째 소환조사를 앞둔 이 대표를 향한 수사망을 더 촘촘하게 좁혀가는 양상이다.

위례·대장동 이어 백현동 ‘정조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는 이날 백현동 사건 수사를 위해 수사인력 180여 명을 투입해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강제조사엔 지난해 말 구속기소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치소 수용거실과 또 다른 측근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주거지도 포함됐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배임 혐의 등이 있는 피의자로 기재했다.

백현동 사건은 아시아디벨로퍼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한 지 얼마 안 돼 성남시로부터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사업을 인허가받은 내용이다. 아시아디벨로퍼는 2015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11만1265㎡ 규모 부지를 매입해 두 달 뒤인 4월 이 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한 번에 부지 용도가 네 단계 상향 조정됐다.

100% 민간 임대이던 개발 계획도 그해 11월 크게 바뀌었다. 민간 임대 가구는 전체의 10%인 123가구로 줄이고, 나머지 90%를 분양주택(1100가구)으로 채웠다.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덕분에 백현동 개발사업으로 3000억원대 분양수익을 냈다.

검찰은 아시아디벨로퍼가 김 전 대표를 로비스트로 활용해 성남시로부터 부지 용도 변경을 허가받는 과정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된 2014년 4월~2015년 3월 정 전 실장이 김 전 대표와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의혹이 더 증폭된 상태다.

‘변호사비 대납’ 김성태 비서도 귀국

검찰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는 지난 3일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이들의 수행비서인 박씨를 상대로도 고강도 조사에 들어갔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를 도왔던 인물로 최근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이날 귀국했다. 수사팀은 김 전 회장의 휴대폰 등 박씨가 갖고 있던 여러 물품을 증거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박씨가 변호사비 대납에 연루된 인물로도 지목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 사건 수사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투자회사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 100억원어치를 사들인 후 2020년 2월부터 이 CB를 주식으로 바꿔 처분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돈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있다. 박씨는 당시 착한이인베스트의 사장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김모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의 귀국도 수사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김 전 본부장은 이날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불법체류 혐의 관련 재판에서 벌금 4000밧(약 15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판결 후 항소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조만간 강제 추방될 예정이다. 김 전 본부장은 쌍방울그룹 재무상황과 자금흐름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던 지난해 5월 출국해 도피생활을 하다 12월 파타야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재판 절차에 들어갔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 압박 수사는 코앞으로 다가온 위례·대장동 사건 관련 소환조사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제출한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대신할 계획이다.

최한종/김진성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