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6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 출구 앞 사거리. 빨간색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 10여대가 승강장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일부 택시기사는 “현금을 내면 요금을 깎아주겠다”며 적극적으로 호객행위에 나서기도 했다.

두 시간이 지난 7일 오전 0시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빈 차 택시들은 시민들이 길가에 서 있기만 해도 챠랑 속도를 줄이고 거북이처럼 다가왔다. 택시 승강장에는 빈 차 택시가 몰려 신논현 방면으로 향하는 700m 길이의 강남대로 1차선 절반을 메웠다. 밤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4차선 도로를 지나간 택시 300여 대 중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는 192대였다.

◆손님 줄자 택시기사끼리 갈등

택시 기사들이 손님을 애타게 구하러 다니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택시 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줄어든 탓이다. 손님 태우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택시 기사끼리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시민들은 택시가 길게 늘어선 승강장을 무시한 채 맞은편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날 강남대로 8차로 한복판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20여명의 시민이 버스를 기다렸다. 정류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직장인 신모씨(39)는 “막차 시간에 맞춰서 모임을 끝내고 나왔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끼리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도 했다. 한 시민이 승강장 중간에 있던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출발하려하자 다른 기사가 차를 멈춰세운 것이다. 2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행했다는 김모씨(72)는 “승강장 맨앞에 있는 택시에 타라고 알려주는게 상도덕인데 다들 힘든 시기에 너무한다”고 말했다.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들이 지난해 11월 해제된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 1일 휴무) 재시행을 요구하며 이달 21일부터 시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승객 수요가 감소한 만큼 택시 공급도 줄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인택시 기사 단체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심야 택시 대란도 없고 손님도 줄었는데 개인택시 3부제를 다시 시행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3부제를 다시 적용하면 법인택시도 같이 해야한다”며 “왜 개인택시만 규제하라는 목소리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업계 내부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늘고, 줄고…엇갈리는 택시 요금

법인 택시 업계에서는 이르면 3월부터 사납금으로 불리는 운송수입금 기준액 인상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운송수입금 기준액은 법인 택시기사들이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다. 평균 14~20만원 초반대로 알려져 있다. 한 택시 회사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연료값과 보험료가 크게 오른데다 기사 수도 갈수록 줄어 사납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한 대형 택시에 '기본요금 4000원', '일반택시 보다 저렴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한 대형 택시에 '기본요금 4000원', '일반택시 보다 저렴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권용훈 기자
프리미엄 택시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번 택시 요금 인상을 기회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11인승 이상 대형 승합차를 이용해 택시 영업을 하면 법적으로 지자체가 아닌 사업주에게 요금 결정권이 있어서다.

지난 1일 서울시가 모범택시와 대형택시도 기본요금을 기존 3㎞당 6500원에서 7000원으로 500원 올렸지만 6인승 대형택시만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택시업체들이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각종 할인 이벤트를 하며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며 “일반 중형 택시의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올랐을 때 대형 택시 업체에서 기본요금 4000원을 유지하면서 오히려 더 저렴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