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는 지난 13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곽정환홀에서 개최한 '2022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사단법인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는 지난 13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곽정환홀에서 개최한 '2022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사단법인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는 지난 13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 곽정환홀에서 개최한 '2022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세바여 콘서트'라고도 불리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까지 17번째로 발간된 도서인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17 (새로운 도약과 화합)>에 글을 실은 저자들이 직접 독자들과 대면하는 프로그램이다.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 열었지만, 이번에는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초청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는 50여명의 중고생과 학부모, 교사까지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세바여 콘서트에는 노윤숙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를 비롯해 박예지 종근당건강 개발팀 대리, 장은진 고동상사 대표, 차주영 포스코 생산기술전략실 리더가 강연자로 나섰다. 성미영 회장(인천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이 환영사를 전한 가운데 최순자(전 인하대 총장) 초대 협회장이 '여성에게 경쟁력 있는 공학기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노 교수는 인하대 화공고분자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생물공학과에서 생물공학 석사, 바이오의약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가 싫어서 문과 대신 이과를 선택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면서 그는 "취업 당시 대기업에서 정해진 역할 보다는 작은 기업에서 내가 할일이 더 많을 것 같았다"며 2004년 셀트리온에 입사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셀트리온 생산본부와 품질본부에서 약 18년간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 교수는 "내가 이루고 싶은 상황을 명확히 시각화했고, 이를 이루기 위한 액션을 하나하나 실행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기도 했다. 그는 "회사를 대표해 기술을 이전할 일이 생겼는데, 꼭 가고 싶었다"며 "해당 회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를 컴퓨터 배경화면에 깔고 이미 금문교에 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고도 했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에서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인천대 교수)가 인삿말을 전하고 있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에서 성미영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장(인천대 교수)가 인삿말을 전하고 있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종근당의 건강기능식품인 '락토핏' 브랜드 담당인 박예지 대리는 "한번의 선택이 끝이 아니다"라며 "매 순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다보면 어느덧 내가 원하는 인생을 걷게 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대학에서 과를 바꿨거나 취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돌이켜보면서 "취업은 선후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언제나 어려웠던 것 같다"며 "회사 이름 보다는 직무를 중심으로 찾아가다보면 내가 원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창업을 비롯해 N잡러(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이)의 길을 가고 있는 장은진 고동상사 대표도 강연에 나섰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막연한 꿈을 쫒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았다"며 "의미없는 경험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활과 해외봉사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크고작은 경진대회와 데모데이 등에 나갔다"며 "많은 경험에서 다양한 네트워킹을 갖게 됐다"며 N잡러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 대표는 현재 화장품관련 사업과 IT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프리랜서 기자생활도 하고 있다.

차주영 포스코 생산기술전략실 리더는 "포스코를 비롯해 여성 엔지니어들이 산업현장에 아직은 적다"면서도 "여성관리자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여성임원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직원으로서 중요한 태도로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남녀는 대화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평소 훈련을 통해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글쓰기나 사례들기와 같은 말하기 연습을 하고, 나의 말하기 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자신있는 태도와 세상에 관대한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6년 포스코에 입사한 차 리더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 공장의 여성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원료 관련 사내전문가(PCP, POSCO Certified Professionals)로서 활동했으며, 현재는 생산기술전략실 선강생산기술그룹의 제선부문 생산과 기술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필요할 때 붙었다가 쉽게 떨어져 나가는 '포스트잇' 같은 사람 보다는 잠깐의 손해가 나더라도 끝까지 우직하게 곁에 남아 있는 '딱풀'같은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 폐회 후 참석했던 중고생들이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공식투어를 가지고 있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 토크콘서트’ 폐회 후 참석했던 중고생들이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공식투어를 가지고 있다. / 사진=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세바여 콘서트 2부는 학생들의 전공관심사와 진로고민을 들어주고, 이공계 선배들이 전공별로 상담하는 1대1 진로멘토링이 이어졌다. 구체적인 학과에 대한 상담에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관심을 가졌다. 폐회 후에는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공식투어를 가졌다.

한편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는 산업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2004년 설립됐다. 우수 여성 공학기업인 발굴·육성과 취업·창업 지원 등의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약 2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계에 종사하는 회원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서인 '세상을 바꾸는 여성엔지니어'는 공학기술분야에 여성엔지니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역할 모델을 제시하고 미래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2004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다. 올해도 24명의 저자들이 참여해 산업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글로 실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