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OT와 포괄임금은 어떻게 다른가
작년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근로시간제도 및 임금제도에 관한 권고문을 발표하며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주문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화답해 곧바로 포괄임금·고정OT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감독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근로시간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에는 포괄임금·고정OT의 문제점과 개선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포괄임금 제도와 고정OT제도는 엄연히 다른 제도인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 같다. 양자 모두 판결이나 강학상 논의될 뿐 법적으로 정의되는 용어가 아닌 점도 이런 혼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비교적 최근 내려진 통상임금 관련 법원 판결을 소개하면서 포괄임금 제도와 고정OT제도가 무엇이며, 어떻게 서로 구별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2019나14651).

대상 판결은 매월마다 소정 외 근로에 대해 소정 외 근로시간을 따로 계산함이 없이 정액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편의상 정액 수당제도) 하에서 지급된 수당이 통상임금인지를 다루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연장·야간근로 대가의 명목으로 월급제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한 기본급 20% 상당에 해당하는 수당이 소정 근로의 대가로 통상임금이라 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이 수당은 20여년에 걸쳐 지급되는 동안 ‘시간외수당’ ‘자기계발비’ ‘고정시간외수당’으로 계속 명칭이 바뀌었는데, 원고 월급제 근로자들은 이 수당은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이므로 기업이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액 수당을 둘러싼 사정 즉, Δ명칭 (‘시간외수당’ 등), Δ급여규정(연장근로 32시간분을 월급여에 포함하여 포괄산정임금으로 선지급한다는 취지로 규정), Δ월급제 근로자들의 인식(연장·야간수당에 대한 이의 제기 사실이 없음) 등을 고려하면, 이는 기본급처럼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는 아니며, 제도 취지대로 소정 외 근로에 대한 대가, 즉 법정 수당이라고 한 것이다.

대상 판결을 따라가면서 읽다 보면, 비록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법원이 포괄임금과 고정OT 양자를 구별하는 기준이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다. 또 대상 판결은 양 제도에서 어떤 효과상 차이가 있는지 생각할 계기를 제공한다.

어떤 정액 수당제도가 고정 OT제도인지 포괄임금제도인지 구분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근무형태와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라면 정액 수당 제도는 고정OT제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고정OT 제도 하에서 고정OT 금액은 수령 가능한 법정 수당의 하한일 뿐 상한이 아니다. 따라서 소정 외 근로시간 수에 비례한 법정 수당의 지급을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원칙에 부합한다. 포괄임금 제도에 비해 근로자의 법정 수당을 받을 권리의 침해 우려가 적다.

대상 판결상 법원도 같은 맥락에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월급제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산정 가능하다고 보고(아니면 당사자간 그 점에 다툼이 없다고 정리하고), 사안상 정액 수당제도를 포괄임금 제도가 아니라 고정OT 제도라는 틀을 활용하여 후속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 판결에는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을 들어 포괄임금 제도를 인정하거나 부정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논리 전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고정OT 제도에서는 정액 수당과 기본급이 지급시기와 방식 면에서 확연히 구별되지 않으므로 대상 판결에서처럼 근로자들이 정액 수당이 실질적으로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이 인정되면, 기업은 정액 수당을 포함하여 통상임금을 재산정하고, 그에 기초하여 산정한 법정 수당을 다시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수당이 대상 판결의 판단과 같이 명칭, 규정,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제도 취지대로 소정 외 근로 대가로 지급되었다고 인정되면, 기업은 원칙적으로 정액 수당 지급으로써 법정 수당 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이 된다. 이것이 사안상 원고들이 제기한 쟁점이고, 또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만약 대상 판결상 법원이 원고들의 근무형태와 업무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라고 보고, 나아가 정액 수당제도를 포괄임금 제도로 인정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곧바로 정액 수당이 지급됨으로써 기업이 법정수당 지급 의무를 전부 확정적으로 이행했다고 인정했을 것이다. 즉, 고정OT 제도인 경우와 달리 원고들은 정액 수당이 실질적으로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마땅하지 않고, 원래 예정된 소정 외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했다고 주장하여 추가 수당을 청구할 길도 막힐 것이다. 그런 주장은 포괄임금 제도와 양립하기 어려운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칫 근로자의 법정 수당에 관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크다. 이 점이 법원이 근로시간 산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하는 포괄임금 제도 성립 인정에 인색한 이유이기도 하다.

포괄임금 제도와 고정OT 제도는 정액 수당 제도로서 지급방식 기타 외관상 유사한 점이 있지만, 성립 조건, 다툼의 쟁점, 효과 등의 면에서 엄연히 다른 제도다. 마침 양 제도에 관한 논의가 무성해지는 때를 맞아, 양자를 잘 구별하고 혼동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