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25일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학생이 제출한 진술서. / 사진=연합뉴스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난 25일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학생이 제출한 진술서. / 사진=연합뉴스
전교생이 100명도 되지 않는 경상남도의 한 시골 초등학교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막말을 일삼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남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지난 21일부터 1학년 담임인 A 교사의 막말에 항의해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부모가 공개한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A 교사의 막말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A 교사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너를 싫어해서 괴물로 키우는 것이다" "너희들보고 개XX라고 한 이유는 개가 요즘 사람보다 잘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이러고도 학생이냐, 농사나 지어라" "너희 부모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부모를 데려오면 교권 침해다" "1학년보다 공부 못하는 XX들" 등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또 5학년 담임을 향해선 자신이 책임지는 반 학생들이 A 교사에 의해 막말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걸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교장은 학부모 대표와 만나 사과하면서 "A 교사와 5학년 담임을 2개월 병가 조치 후 다른 학교로 전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A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 교사는 지난 25일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마음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깊이 반성한다"며 "부모를 폄훼하는 말을 했는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더 반성하고 공부해서 다시 아이들 앞에…"라고 말했다.

A 교사는 평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도 토로하면서 "다시 기회를 줄 수 없겠냐"고 학생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장은 "36년 교직 생활 동안 처음 겪는 일이고 너무 충격적이다. A 교사는 평소 성실하고 자기 반 아이들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교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다른 학생들이 이번 일로 2차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경찰과 해당 군청은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은 심리치료에 들어갔으며 등교 여부는 논의 중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