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바퀴 날아온 새까만 태극전사…"에어쇼, 뮤지컬 보듯 즐기세요"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일로 인해 힘이 들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힘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이끌고 있는 양은호 소령(사진)은 “바쁜 일정과 강도 높은 훈련에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찰나의 망설임 없이 이같이 답했다. 양 소령이 이끄는 블랙이글스 팀은 사천 에어쇼 현장까지 지구 반바퀴를 날아왔다. 전 세계 하늘을 수놓으며 블랙이글스가 거쳐온 곳은 총 12개국.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를 횡단하는 2만여㎞의 여정이었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정비팀이 블랙이글스의 고향인 원주기지에서 분해한 항공기를 싣고 떠났다. 한 달 가까이 걸린 조립이 끝난 직후 비행팀이 합류했다. 영국에서만 사우스포트, 리아트(RIAT), 판보로 에어쇼 등 3개의 대형 에어쇼에 참여했다. 리아트 에어쇼에선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양 소령은 “대한민국의 국방력은 물론 경제력, 외교력, 과학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여정은 의미가 크다”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어려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국위선양의 최전선에 있는 블랙이글스를 이끄는 팀장의 눈은 에어쇼를 보는 아이들의 선망 어린 눈빛을 받을 때 더 커지는 사명감, 바다 밖 낯선 하늘을 비행기로 수놓는 태극 무늬에서 오는 애국심으로 빛났다. 양 소령은 “그토록 원하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분은 많이 계시지만 한 번만 보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하는 분은 없다”며 “그만큼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통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쇼를 볼 때면 비행기의 무시무시한 굉음과 고개를 들 때마다 눈을 찌르는 태양, 광활한 활주로 사방에서 비행기가 일으키는 거대한 바람 때문에 어느 곳을 봐야 할지 정신이 없기 마련이다. 양 소령이 소개하는 에어쇼 관람 팁은 이렇다. “내레이션을 하는 장교가 관객을 위해 어느 방향에서 항공기가 진입하는지 설명해줍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안내 방송에 따라 에어쇼를 관람하면 돼요. 한 편의 멋진 뮤지컬을 보듯이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유수의 대형 에어쇼를 섭렵하고 돌아온 양 소령은 한국에서 열리는 사천 에어쇼에 대한 특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아직 블랙이글스 에어쇼를 관람하지 못했다면 이번 사천 에어쇼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올가을 국민의 삶에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사천=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