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물리학 볼츠만 분포의 '자연스러운 분배' 개념 기반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 공동 연구진이 물리학 원리를 적용한 '공정분배 원칙'을 새롭게 고안했다.

UNIST에 따르면 물리학과 김채운, 김재업, 김철민 교수 연구팀은 울산대 경제학과 박지원 박사와 함께 통계물리학의 볼츠만 분포에 기반한 '볼츠만 공정분배 원칙'(The Boltzmann Fair Division)을 제안했다.

볼츠만 분포는 물리계가 열적인 평형 상태에 있을 때, 그 물리계에 속한 원자나 분자가 가장 높은 확률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상태 분포를 나타낸다.

볼츠만 분포가 내포하는 '자연스러운 분배'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하면 공정분배 원칙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볼츠만 분포에서 사용하는 물리학적 개념인 '입자', '에너지 상태', '에너지값'을 공정분배에서 고려돼야 하는 경제학적 개념으로 바꿨다.

입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에너지 상태는 '참여자'로, 에너지값은 '참여자의 자원 생산에 대한 기여도'로 둔 것이다.

이렇게 적용하면 한정된 자원이 참여자의 기여도에 따라 가장 자연스럽고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설계된다.

이 원칙은 특히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다수의 참여자에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돼 고안됐다.

연구팀은 자본주의 체제 주요 문제점인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거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 대응 분담' 해결에도 이 원칙이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 박사는 "이 원칙은 '사회적 온도'의 개념을 내포하는 상수에 의해 분포의 퍼짐 정도가 결정된다"며 "이 상숫값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과도 결합해 최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운 교수는 "'사회적 온도'의 값이 크면 참여자에게 폭넓게 자원이 배분되는 따뜻한 공동체가, 반대라면 소수의 참여자가 자원을 독식하는 냉혹한 사회가 된다"며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수립 등에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