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중인 교포 김대영(91세) 씨로부터 유물 324점(회화 144점, 도자 113점, 공예·기타 67점)을 무상으로 기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김 씨는 서울 경복고등학교 재학 중 미군 통역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고, 1956년 미국 유학 중 현지에 정착했다.

이후 김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무역업과 부동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그는 특히 미술품과 공예품에 대한 남다른 안목과 혜안을 갖고, 수집된 유물을 통해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왔다.

김 씨가 소장한 유물의 존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9년 실시한 해외 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코로나19로 연락이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 5월 세종시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간 해외 문화재 발굴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중 유물 기증을 추진하게 됐다.

김 씨는 애초에 고향인 서울에 소장품을 기증하려 했지만, 수집한 유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세종시에 기증하게 됐다.

유물들은 세종시립민속박물관의 상시 공개와 특별전시회 등을 통해 볼 수 있을 예정이다.

대표적인 기증 유물로는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공립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이 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선면산수도는 말 그대로 선면(扇面), 즉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앞쪽에 작은 언덕들과 종류가 다른 나무가 그려져 있고 그 뒤로는 먼 산이 병풍처럼 배치돼 있다.

노년기 겸재의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필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겸재의 선면산수도를 세종시 지정문화재로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청초 이석우, 취당 장덕의 작품을 비롯해 조선 말엽 공주 탄천에 거주하며 활동한 두산 정술원의 작품 등도 있다.

19세기 말 북한 해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청화초화문호를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사이 제작된 다양한 도자기도 포함돼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유물들이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등록·보존 처리 후 시민들께 공개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문화재·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지속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