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탐지앱 '시티즌 코난'마저도 가짜였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3970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내고, 경찰의 현금 수거책 검거에 기여한 A씨(48)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 및 검거보상금을 수여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여주경찰서가 설명한 A씨의 사례를 보면 사기범들의 수법은 집요하기 그지없었다.

A씨는 지난 4월 갈아타기 대출(대환대출)을 위해 시중은행 팀장 B씨와 통화를 했다. B씨는 실제 은행 팀장이 아니라 보이스 피싱 조직원이었다. B씨는 A씨에게 증권사 앱을 사칭한 앱과 보이스 피싱 예방 앱인 '시티즌 코난' 설치를 권했다. 시티즌 코난은 경찰대 치안정책 연구소와 핀테크 업체 인피니그루가 함께 개발한 탐지 앱. 휴대전화 안에 있는 악성 앱을 탐지해주는 게 주 기능이다.

이후 대출을 내주는 은행의 팀장을 사칭한 조직원 C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A씨에게 "이미 다른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신청한 상태라, '부정금융거래'에 등록됐으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를 문의하기 위해 증권사 앱, 시티즌 코난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로 금융감독원 콜센터(1332)에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는 상담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연결됐고, ‘부정금융거래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C씨는 A씨에게 "본인 자금으로 대환을 하면 부정금융거래 등록자에서 해지된다"며 "사람을 보낼 테니 현금을 전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보이스 피싱임을 의심하게 된 배경이다. 설치한 악성 앱을 모두 삭제하자 곧바로 B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증권사 앱과 시티즌 코난을 재설치하길 유도했고, A씨는 이를 그대로 따랐다.

그럼에도 의심이 지워지지 않던 A씨는 ‘시티즌 코난’ 공식 앱을 검색한 뒤 설치했다. 탐지 기능을 실행한 결과 B씨가 설치를 유도한 증권사 앱과 시티즌 코난 조차 악성 앱임을 확인했다. A씨는 동료의 휴대전화로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 B씨와 C씨에게 보이스 피싱을 당했음을 인지했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보이스 피싱 현금 수거책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112에 신고, "가져온 돈이 부족하여 동료에게 부탁해 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말로 시간을 지연시켜 경찰관이 범인을 검거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여주경찰서는 A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 및 검거보상금을 전달했다. 경찰은 "보이스 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악성 앱은 휴대전화를 해킹에 실제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전화해도 조직원과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여주경찰서장은 "의심에 또 의심하는 태도만이 피싱 범죄에 말려들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