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용 티셔츠에 10대·여성들 열광…대박 난 '뜻밖의 이유'
도심 번화가 곳곳에서 ‘R.O.K Army’가 새겨진 옷을 입은 20대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강 공원을 걷는 남녀 커플과 조깅을 하러 나온 여학생의 등에서도 ‘R.O.K’라는 글자가 눈에 띈다.

티셔츠 앞면에 'R.O.K.A'를 소리나는 대로 이른바 일명 ‘로카티’로 불리는 군인용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역 군인들이 활동복으로 사용하거나 군복 안에 이너웨어로 입었지만 최근 10~20대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R.O.K.A'는 'Republic of Korea Army'의 줄임말로 '대한민국 육군'이란 의미다. 군 마트(PX)에서 1만349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과거엔 주로 군에서 전역한 복학생들이나 학군단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아저씨 티셔츠' 였다. 20대 중후반 남성들은 주로 '군시절 몇 벌 사뒀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입는다'는 반응이다.

최근엔 중고등학생은 물론 여대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체육대회나 졸업식 등 학급 행사에 맞춰 단체복으로 주문하는 사례도 많다. 수도권에서 행사 단체복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축구 유니폼 위주로 주문이 많았는데 최근 몇 년새 로카티를 찾는 수요가 많아 아예 상품 등록까지 해뒀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로카 티셔츠를 입는 이유는 의외였다. 방탄소년단(BTS)의 공식 팬클럽 이름인 아미(Army)라는 글자 때문이었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로카티와 비슷한, 다양한 버전의 '코리아 아미' 티셔츠가 판매되고 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미군 티셔츠는 12~13달러인 반면, 한국군 티셔츠는 25~30달러로 2배 넘는 가격에 팔린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이나 교포들에겐 오리지널 ‘로카티’를 구해달라는 현지인들의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로카티를 구매한 중국 유학생 A씨는 “방탄소년단의 팬으로서 아미라고 써져있는 티셔츠를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격도 저렴해서 가족들에게 보내줄 티셔츠까지 여러벌 구매했다”고 말했다.

10대 학생들의 경우 군대에 대한 호기심도 인기의 이유로 꼽혔다. 경북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장현주 씨(42)는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도 로카티 30벌을 단체로 주문했다”며 “여학생들은 방탄소년단 영향이 크고, 남학생들은 군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