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차츰 열리면서 로펌들도 다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온 동남아시아 지역에 새 거점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리오프닝 추세에 맞춰 늘고 있는 현지 법률자문 일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로펌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0순위’ 싱가포르…격전지 예고
15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세종은 올해 싱가포르에 신규 사무소를 낼 계획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둔 세종은 싱가포르 사무소 신설을 통해 동남아 전역에서 영업이 가능한 기반을 완성할 방침이다.
지평도 싱가포르를 일곱 번째 동남아 진출 지역으로 낙점하고 사무소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로펌은 하노이·호찌민, 자카르타,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 미얀마 양곤 등 동남아 6개 도시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작년 말 사무소 임차계약을 끝낸 태평양은 올해 싱가포르 영업을 시작한다. 한국 변호사 3~5명에 현지 전문가들을 채용해 조직을 꾸릴 방침이다. 싱가포르는 하노이·호찌민·자카르타·양곤에 이어 태평양의 다섯 번째 동남아 거점이 된다. 싱가포르 사무소 총괄 운영을 맡은 양은용 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으로 미뤄놓은 동남아 투자를 올해부터 재개하는 분위기”라며 “이 흐름에 발맞춰 현지에서 기업들에 필요한 법률자문을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중국의 홍콩 통제 강화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더욱 각광받는 지역이다. 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금융회사와 대형 기관들이 법인이나 지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동남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면 현지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더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는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면 동남아 지역에서 진행되는 각종 투자와 이와 관련한 자금조달, 분쟁 등에 더욱 경쟁력 있는 법률자문을 할 수 있다”며 “이곳에 있는 글로벌 기업·기관의 한국 투자 과정에도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싼 印尼도 주목
법무법인 광장은 인도네시아를 새 거점으로 점찍었다. 올해 안에 이곳에 사무소를 낼 방침이다. 이곳은 최근 제조업체의 해외 생산기지로 부상 중인 지역이다. 근로자 임금이 많이 오른 중국과 베트남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 GS칼텍스 등 대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설했거나 짓는 중이다. 김상곤 광장 대표변호사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그다음은 인도네시아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이 과정에서 법률자문 수요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대형 로펌들이 잇달아 사무소 신설을 예고하면서 동남아 지역 법률자문을 둘러싼 경쟁 강도는 한층 세질 전망이다.
현재 싱가포르엔 김앤장과 바른이, 인도네시아엔 태평양·율촌·세종·화우·지평이 먼저 진출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로펌은 주로 기업·기관들의 동남아 투자 과정에서 거래구조 설계, 법률적 위험 확인, 계약서 작성, 협상 등을 자문해왔다. 과거엔 전통적인 제조업체의 투자나 부동산 개발 관련 자문이 많았지만, 최근엔 e커머스·플랫폼·핀테크·물류 등 혁신산업 투자 관련 자문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북한에서 하루 30만 명에 육박하는 신규 유열자(발열 환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국가 보건의료 체계를 통한 코로나19의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사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주에 인도적 차원의 백신 치료제 등 방역물자 지원을 위한 실무 접촉을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180여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15명이 사망했다고 1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14일 기준 누적 유열자는 82만620명, 사망자는 42명이다. 북한은 코로나19 검사 키트 등을 갖추지 못해 확진자 대신 발열 증상이 있는 유열자를 기준으로 감염 상황을 집계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은 13일엔 하루 유열자를 17만4400명으로 보도했다. 하루 만에 유열자 수가 12만 명 넘게 증가할 만큼 확산세가 가파른 것으로 관측된다.북한 측이 발표하는 통계의 신뢰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현 방역위기가 발생한 이후 사람들이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 사용 부주의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4일 긴급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악성 전염병의 전파는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며 “당과 인민의 일심단결에 기초해 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국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대도시 단위의 봉쇄를 비롯한 중국의 방역 경험을 참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북한은 최근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물자 지원을 요청했고, 양측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정부는 이번주 북한에 방역 지원을 논의할 실무진 접촉을 제안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검사 키트 지원 외에도 마스크, 소독제 등 방역 용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최근 ‘라임 사태’를 비롯한 사모펀드 관련 사건을 잇달아 수임하며 금융규제 분쟁 분야에서 존재감을 크게 높였습니다. 앞으론 바통을 이어받은 디지털금융 관련 자문업무가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허환준 법무법인 화우 금융규제총괄팀장(사법연수원 35기·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우는 최근 2~3년간 금융규제 분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 불완전 판매와 대규모 환매 중단 논란을 일으킨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등의 검사·제재 관련 자문 및 소송대리를 맡고 있다.화우는 2010년 금융감독원 출신인 이명수 경영담당 변호사가 합류한 이후 장기간 금융당국 출신 인재들을 영입해 금융규제 분쟁 분야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2020년 입사한 허 팀장 역시 금감원 분쟁조정국과 자본시장조사국, 금융투자검사국, 자산운용감독실 등에서 근무한 금융규제 분쟁 분야 전문가다. 허 팀장은 “오랫동안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던 차에 굵직한 사모펀드 분쟁들을 다루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성과를 내면서 금융규제 분쟁 분야에서 인정받고 새 사건을 수임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화우는 앞으로도 금융분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봤다. 세계 주요국의 긴축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 여파가 만만치 않아서다. 허 팀장은 “금리는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과 대체관계에 있다”며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주요 금융투자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면 손실 책임 문제를 둘러싼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금융분쟁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허 팀장은 “그동안은 증권사나 제2금융권의 매입 보증이나 신용 보강을 통해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조달 여건이 변했다”며 “이 와중에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분쟁이 생기고, 사업장의 부실까지 발견된다면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허 팀장은 금융분쟁에 이어 디지털금융 관련 자문업무가 로펌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통해 더욱 다양한 금융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어서다. 화우는 현재 KB금융그룹의 계열사 간 통합 플랫폼 구축 작업에 법률자문사로 참여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를 모든 금융서비스를 다루는 통합금융 플랫폼으로 키우는 과정에도 참여해 여러 조언을 하고 있다.허 팀장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플랫폼 기업이 한꺼번에 디지털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법률 문제나 소비자 보호 문제 등이 생길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도 암호화폐 공개(ICO)까지 허용한다고 할 정도로 디지털금융 활성화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이 시장에서 법률자문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프로드러그(prodrug)’ 전략을 통한 물질특허 우회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내 첫 판결이 나왔다. 프로드러그란 그 자체로는 효과가 없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효과를 나타내는 약을 말한다. 제약업계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물질특허를 극복할 방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가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제기한 심결 취소 소송에서 1심 심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특허심판원은 동아에스티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법원은 동아에스티의 ‘다파프로’가 아스트라제네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의 원천 물질특허 제728085호의 권리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다파프로는 포시가의 핵심 성분인 다파글리플로진의 프로드러그다. 제품상으로는 포시가와 다르지만, 체내에 흡수되면 다파글리플로진으로 전환돼 포시가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같은 프로드러그가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대리한 김앤장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법리를 조사해 프로드러그가 특허 침해로 판단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를 제시했다. 경쟁사의 프로드러그가 특허 회피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포시가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 52.9%(202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처방액이 795억원에 달하는 알짜 약품이다. 물질특허 제728085호는 2023년 4월 7일 만료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물질특허 만료를 1년 앞두고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프로드러그 전략을 실행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동아에스티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 만료 전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현진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염 변경(화학구조를 일부 바꾼) 약물로는 물질특허를 회피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프로드러그로 확장한 데 의의가 있다”며 “제약 물질특허를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판례”라고 설명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