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10만 명(전문대 포함)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다수 지방 대학이 정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의 한 대학교 정문.  김범준  기자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10만 명(전문대 포함)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다수 지방 대학이 정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의 한 대학교 정문. 김범준 기자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10만 명(전문대 포함)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해 미달 인원(4만423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대로라면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대학이 미달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현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차기 정부가 ‘폭탄’을 떠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방 국립대도 미달 사태 예고


現 고2 대입때 신입생 10만명 부족…지방국립대까지 미달 예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6일 ‘2024학년도 대학입시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4학년도 4년제 대학 모집 인원은 34만4296명이다. 여기에 전문대 입학 인원까지 합치면 전체 정원은 약 47만 명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만 18세 학령인구 추계 등을 분석한 결과 2024학년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은 약 37만 명에 불과하다. 정원보다 약 10만 명이 부족한 셈이다. 정부는 2024학년도 4년제 대학 정원을 4828명 줄이는 데 그쳤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데도 정원 감축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가에는 벌써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밑돈 2021학년도에 이미 대규모 미달 사태의 후폭풍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입학 정원 4만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방 거점 국립대조차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4학년도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 대학이 정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자율 감축 정책 한계


2024학년도 입시 대란은 저출산에 따른 ‘예고된 미래’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5년간 대학 구조조정에 사실상 손을 놨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에서 학령인구가 7만여 명 줄어들 때 대학 정원을 5만9163명 줄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날 발표한 감축 인원을 포함해 5년간 1만6000여 명 감축하는 데 그쳤다. 구조조정 실적은 이전 정부의 27%에 불과하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3주기 평가를 통해 당시 대학 정원의 약 3분의 1인 16만 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교육당국이 대학 평가와 입학 정원 조정을 연계해온 그간의 기조에서 급선회하면서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기본역량 진단평가’가 2021년부터 대학 스스로 참여 여부를 선택하고 진단 결과와 인위적 정원 감축을 연계하지 않는 자율 평가로 바뀌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지지부진해진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정부 규제로 14년째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은 정원 유지에 목매고 있다”며 “정원이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자율 감축에 적극 동참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방 대학의 고통을 분담하는 취지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안을 내놓았지만 대학 반발로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작년 기본역량 평가에서 인하대, 성신여대 등 수도권 대학을 재정 지원 탈락 대학에 포함시켰다가 해당 대학 구성원과 지역구 의원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패자부활전’을 열기도 했다. 이런 선례를 본 대학이 앞으로도 교육부의 구조조정안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40년엔 지방 사립대 전체 폐교


문제는 대학 입학 자원이 앞으로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입학 자원은 2025년부터 2031년까지 40만 명 안팎을 유지하다가 다시 계단식으로 급감해 2040년부터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다음 정부 내에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지방 사립대 전체가 폐교 위기에 처하고, 이로 인해 지방 소멸 사태가 가속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당국의 나만 책임지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가 낳은 뼈아픈 결과”라며 “골치 아프고 인기 없는 일은 다음 정부로 미루는 이 정부의 포퓰리즘적 특성이 또 한 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