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코로나 걸릴걸"
지난 2월 결혼식을 올린 김모씨(29)는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지 못했다. 결혼식을 한 달여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뒤 몸살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김씨와 예비신랑 및 가족들은 모두 결혼식 전까지 ‘셀프격리’에 들어갔다. 김씨는 “친구와 직장 동료들에게 직접 청첩장을 주고 싶었지만 코로나에 확진돼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지 못할까 싶어 포기했다”며 “차라리 결혼식 전에 미리 걸려 완치됐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로 ‘화상 결혼식’까지

25일 기준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1116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결혼식이나 중요한 시험 등 ‘인생 중대사’를 앞둔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릴까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언제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일정 이전에 미리 걸리는 편이 낫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결혼식이 대표적이다. 웨딩플래너 홍수진 씨는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날짜를 미루거나 일반 상담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1주일에 두 건 이상씩 발생한다”며 “10년째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예약 취소가 이렇게 많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랑이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된 상황에서 화상으로 결혼식에 참여한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비부부는 물론 결혼 준비 업체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결혼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올 10월 결혼을 앞둔 김동욱 씨(31)는 오는 27일 예정됐던 예복 상담을 2주 미뤄야 했다. 디자이너와 상담실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혼 준비 기간을 넉넉히 잡지 않았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 예식 수요가 급증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결혼식 하객 인원 제한이 299명으로 완화되면서 그간 결혼식을 미뤄온 예비부부들이 예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다.

올 하반기까지 예약이 꽉 찬 결혼식장도 있어 저녁 시간대로 예약하는 예비부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결혼식장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앞선 날짜의 결혼식 일정이 변동되면 자칫 다음 일정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치자는 되레 마음이 편하다. 다음달 직장 동료의 결혼식 사회를 봐주기로 한 오세훈 씨(29)는 “지난주 코로나에 걸렸다가 나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신랑은 코로나 완치자라 불확실성이 없는데 신부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어 결혼식 전까지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시험 앞두고 “차라리 걸렸으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코로나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도 많다. 오는 7월 변리사 2차 시험을 앞둔 수험생 김모씨(28)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시험 직전에 코로나에 걸리면 시험을 못 치르거나 컨디션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어서다. 김씨는 “수업을 듣는 서울 강남의 대형 학원에서 지난달 집단 감염이 터졌다”며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몰라 불안한데, 차라리 미리 걸리고 나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세무사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 정모씨(28)는 “이전까지는 독서실과 학원, 스터디에서도 내가 코로나에 걸리거나 주변에 피해를 줄까 항상 불안했다”며 “지난달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된 후에는 오히려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이광식/최예린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