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외면에 외국인 노동자도 부족
3일 가락시장에서 만난 20년 경력 중도매인 김정연 씨는 “새로 일하러 오는 사람은 없고, 있던 기존 인력은 다 빠져나가 일손이 갈수록 모자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실상은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의 가락시장 인력 채용 게시판에 올라온 구인·구직 게시물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3308건이었던 게시물 건수는 지난해 5014건으로 51.5% 불어났다.
이곳 상인들은 가락시장의 일손 부족이 고착화한 가장 큰 이유로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꼽는다. 김 씨는 “젊은 친구들이 오래간만에 새로 오더라도 하루 일하고는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도착한 농산물을 하역하는 작업의 경우 하루 16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들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백을 메워줬던 조선족 등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을 속속 떠났다. 가락시장에서는 코로나 사태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족 근로자들이 재외동포 비자(F-4 비자)를 발급받아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F-4 비자가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F-4 비자로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게 가뜩이나 신경 쓰이던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니, 조선족 근로자 중 상당수는 귀국하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중도매인 김모 씨(52)는 “요즘은 한국인 수준으로 인건비를 주지 않으면 조선족 구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지난해 가락시장을 비롯해 노량진수산시장 등 서울 주요 재래시장에서 잇따라 코로나 집단감염이 터진 것도 인력 유출을 가속했다. 가락시장의 한 상인은 “하역 인원의 경우 코로나19 전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실정”이라며 “시장에서 갖은 고생하며 생계를 유지하느니 배달 기사로 업종을 전환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가락시장의 이런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 도입된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강성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물류개선팀장은 “팰릿(적재용 받침)에 정리된 농산물을 지게차로 운송할 경우 4명이 2시간 동안 할 일을 30분으로 줄일 수 있다”며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게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