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 장관은 수중연설, 몰디브는 바닷속 내각회의로 경각심
[기후 위기와 해양] ④ "과감한 대안 필요" 국토 사라지는 섬나라의 호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전 세계 섬나라 국가들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외교 장관은 '수중연설'을 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투발루 수도 푸나푸티 해안에서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사이먼 코페 장관은 "우리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면서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면 오늘 과감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으로 된 국가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다.

국토의 제일 높은 곳이 해발 4.5m 정도이고, 대부분은 해수면보다 고작 1m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전에 9개 섬 모두 수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투발루 외에도 태평양 마셜제도와 키리바시, 인도양 몰디브 등 다수의 섬나라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토가 잠식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 위기와 해양] ④ "과감한 대안 필요" 국토 사라지는 섬나라의 호소
마셜제도는 해수 침범을 막기 위해 해안 장벽을 쌓고 건물을 높이며 사람들을 고지대로 이주시키는 방안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변화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인도양 몰디브의 샤우나 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미국 AP 뉴스와 인터뷰에서 '사형선고'라는 강한 어조의 단어를 동원하며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몰디브는 2009년 10월 바닷속 내각회의를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몰디브 대통령은 6m 해저에 마련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국에 온실가스 저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몰디브는 국가 예산의 50%를 산호 보호·해양 울타리 설치 등 기후 변화 적응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위기와 해양] ④ "과감한 대안 필요" 국토 사라지는 섬나라의 호소
인도네시아도 지반 침하와 잦은 침수 피해로 2019년 수도를 현재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2019년 발표했다.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는 연간 1∼15㎝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으며 도시의 절반 정도는 이미 해수면보다 낮게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가 물에 잠기는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과학자들은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태풍·대홍수 등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엔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적 난민이 2050년에는 2억5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도 경고한다.

12일 민은주 기후위기 부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국제회의를 가봐도 태평양 연안 섬나라에는 기후 위기가 정말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탄소 배출량이 상위권인데 과감한 배출량 줄이기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