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송전탑 지하화 계획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출신 전관으로 ‘호화 법률단’을 꾸려 논란을 빚은 소송이다.

수원지방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양순주)는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낸 ‘송전탑 지중화 계획 이행조치명령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27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성남의뜰이 환경영향평가를 받기 위해 애초에 약속한 것을 불이행하거나 변경했고 여러 협의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성남의뜰은 대장지구 개발을 위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다. 화천대유가 이곳의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했다.

이 소송은 대장지구 송전탑 지하화 사업과 관련이 있다. 성남의뜰은 대장지구 개발 과정에서 “북측 송전탑과 관련해 케이블헤드 등의 부지를 사전에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전자파 저감 대책을 내놨다. 케이블헤드는 송전탑 지하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성남의뜰은 이런 대책 시행을 전제로 2018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하지만 성남의뜰은 이 같은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성남시는 환경청 요청에 따라 북측 송전탑 지하화 계획을 세우라고 성남의뜰에 이행명령을 내렸다. 성남의뜰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해 1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한 화천대유의 ‘초호화 변호인단’과도 연관이 있다.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전 대법관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연 2억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성남의뜰 측은 북측 송전탑 지하화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하화 예상 비용은 400억원 안팎이다. 비용은 시행자인 성남의뜰이 내야 한다.

성남시가 당초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던 대장지구의 준공 승인을 내릴지 여부도 주목된다. 그동안 입주민들은 “준공 승인이 늦어져 아파트 등에 대한 등기를 할 수 없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