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유효기간 6개월 (사진=연합뉴스)
방역패스 유효기간 6개월 (사진=연합뉴스)
재판부 "그럼 접종 완료자 99%가 되면 의료체계 붕괴가 안 된다고요?"

복지부 "아닙니다."

재판부 "99% 달성돼도 의료체계 붕괴한다는 거 아닙니까? 그럼 몇 %?"

복지부 "예방접종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재판부 "그럼 예방접종 상관없이 의료체계는 붕괴한다는 겁니까? 아니 방역패스는 의료체계 막는 거라면서요. 전 국민이 다 백신을 맞아도 대유행이 번지면 의료체계는 붕괴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복지부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 "그런데 방역패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뭡니까."

복지부 "작년 상반기까지는 집단면역.."

재판부 "하.. (한숨)"


7일 일부 시민들이 대형마트·식당·카페 등 17종에 적용되고 있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이 법원에서 열렸다. 무려 3시간 가까이 양측의 공방이 오갔는데 재판부와 복지부의 무한 도돌이표 질문이 오갔다.

조두형 영남대 의과 교수 등 신청인 1023명 측은 "방역패스가 안정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백신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라며 "권유는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강제는 기본권 제한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신청인 정부 측은 "미접종자를 보호하고,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선 방역패스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도 방역패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률이 99%에 달해도 의료체계 붕괴는 막지 못한다는 점을 시인했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원고 측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서 원고 측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백신 접종이 미접종자의 중증과 사망을 막는 것뿐 아니라 이들에게 할애되는 의료체계를 보존하는 것"이라며 "의료체계가 붕괴하면 코로나뿐 아니라 일반 의료체계까지 모두 붕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재판부는 "그게 어떻게 공익이 될 수 있나. 미접종자로선 백신 부작용이나 코로나 감염 위험 등을 나름대로 고려해 자신의 건강을 미접종으로 지키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 건데,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질문은 돌고 돌아 재판부의 깊은 한숨으로 귀결됐다.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접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접종 완료율 99%가 되더라도 의료체계 붕괴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는 발전된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종결하고 양측에 추가로 주장할 내용이나 자료를 10일 오후 6시까지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심문이 종결되면 법정을 개정할 필요 없이 재판부가 양측에 각각 결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재판부가 이번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함께 제기된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부분 시설에서 방역패스의 효력이 정지된다.

앞선 4일 인용 결정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학원·독서실·카페에만 한정됐지만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식당, 카페, 영화관, PC방, 공연장, 멀티방, 스포츠경기장,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 안마소, 상점, 마트, 백화점 등에 내려졌던 방역패스도 사실상 중단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