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도로 모퉁이에서 30여 명이 경쟁적으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택시 호출 앱을 켠 채, 이미 승객을 태우고 빠르게 지나치는 택시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두 시간이 지난 20일 오전 1시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20여 명이 택시를 기다렸고, 이 중 절반은 택시 잡기를 포기한 듯 점포 앞 계단에 주저앉아 있었다. 밤 12시부터 한 시간 동안 왕복 8차로를 지나간 택시 400여 대 중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는 딱 한 대뿐이었다. 정모씨(26)는 “택시가 안 잡혀 상수동에서 홍대까지 30분 걸어왔다”며 “택시를 포기하고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본격화한 ‘심야 택시대란’이 3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을 그만둔 택시기사가 2만5000명에 달해 공급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거리두기 완화 이후 택시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달 1~7일 시간당 평균 택시 영업 건수는 전월 대비 75% 치솟았다.

시민 불편이 커지자 서울시가 16일부터 택시운행 3부제를 일시 해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16~17일 심야시간(오후 9시~오전 4시)의 시간당 택시 수는 1만1106대로 1주일 전(1만237대) 대비 고작 869대(8%)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부제 해제로 2000대의 택시가 추가 공급될 것이라던 서울시 예상은 빗나갔다. 2019년 심야시간 평균치(2만2070대)에 비해선 절반가량 적다.

전문가들은 “불법이지만 관행으로 남아 있는 사납금을 폐지하는 등 기사 처우 개선과 함께 모빌리티산업 규제를 풀어 공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