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제10회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제공
지난 4일 열린 ‘제10회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 참가자들이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 제공
대체적 분쟁해결수단(ADR)은 법원에서 벌이는 소송 외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절차를 말한다. 중재와 조정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 신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ADR을 활용해 법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산업군이 다양해지고 있다.

법무부, 대한상사중재원(KCAB),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2021년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전망: 끊임없는 혁신의 여정’을 주제로 ‘제10회 아시아·태평양 ADR 콘퍼런스’를 지난 4~5일 온라인 개최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재 절차를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행사는 영어로 진행됐고 한국어 중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과 외국어 진행에도 불구하고 11만5000명(누적 접속자 수)이 몰릴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신속 해결 가능한 중재, 바이오·엔터 등 신산업서 각광"

열띤 토론 이어진 콘퍼런스

‘코로나19 이후 신산업 분야에서의 중재적합성’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패널들은 “엔터,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서 중재가 점점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송과는 달리 해당 영역 전문가인 중재인에게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기밀이 보장된다는 게 중재의 매력 포인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윤새봄 광장 변호사는 “신속 진행 절차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신산업에서 중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데이비드 맥아더 앤더슨모리&도모츠네 파트너변호사는 “불확실성이 크고, 고도의 기술이 활용돼 분쟁이 다수 발생하는 바이오기술 분야에서도 최근 중재가 부쩍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중재조정센터에 접수되는 사건의 15% 이상이 바이오기술 분야 사건이라는 것이다. 맥아더 변호사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동시에 분쟁 해결 절차 경험이 많은 중재인을 더 많이 발굴해야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유진 테이 메이어브라운 파트너변호사는 중재가 늘어날 영역으로 기후 변화 분야를 꼽았다. “환경단체가 기업을 상대로 ‘환경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배상 요구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테이 변호사는 “국가가 환경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로부터 배상을 요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낮은 중재 활용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성찬우 디라이트 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법률 지식이 적어 중재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재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필요”

‘팬데믹 시대의 국제중재 과제 극복’ 세션에선 국제중재의 중요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국제중재의 중요 가치로는 ‘신속’ ‘유연’ ‘정확’ 등이 꼽힌다. 하지만 “신속과 정확성의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당사자끼리 여러 국제중재 사건을 진행할 때 이런 문제가 불거진다”는 게 패널들의 설명이다.

자코민 반해솔테-호프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사무총장은 “분쟁 당사자들이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같거나, 비슷한 중재판정부를 임명하는 경우가 있다”며 “앞서 나온 분쟁의 결과가 뒤에 나온 중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 중재인의 이해상충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LCIA에서는 중재인의 이해상충 문제로 들어오는 이의 제기가 매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중재 취소가 이뤄지는 등 중재의 집행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빈 내시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 디렉터는 “각 중재인이 어떤 사건을 맡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당사자가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같은 중재판정부를 구성할 것인지, 혹은 독립성을 위해 다른 중재인에게 분쟁을 맡길 것인지 초기에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실무진의 제안도 이어졌다. 서재희 앨른&오버리 변호사는 “중재인이 사건의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분쟁 해결 단계 초기에 말해줬으면 한다”며 “서면 제출의 방향을 잡는 데 시간과 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오현아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