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으로 고통받던 20년지기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살해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투병으로 고통받던 20년지기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살해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투병으로 고통받던 20년지기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한 4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노재호 부장판사)는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6·여)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19일 광주 광산구 모 공동부택에서 동거인인 B씨(40·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 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며 언니·동생 사이로 지낸 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한집에서 살기 시작했고, B씨는 2014년 암 진단을 받았다.

갈수록 건강이 나빠진 B씨는 고통을 호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사망 직전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씨는 지난해 초부터 A씨에게 "몸이 아파 살 수가 없다. 제발 죽여달라"고 수차례 호소했고, 지난해 말 함께 병원에 간 두 사람은 수면유도제를 처방 받아 한 차례 범행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후 A씨는 지난 3월 다시 범행을 시도해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27일 동안 방에 방치하다가 지난 4월15일 경찰에 자수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저지른 것이기는 하나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중대한 범죄"라면서 "사망 후 한 달 가까이 시신을 집에 방치해 존엄함을 유지한 채 장례를 치르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아픔을 줄여주려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가족과 단절된 채 장기간 피고인에게 의존하며 생활한 점, 피해자가 유서에 '언니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고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