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년 넘게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극진히 부양해 온 70대 아내가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22일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박현배)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72세 여성 A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0월 5일, A 씨는 울산 북구에 위치한 자택 안방에서 남편 B(69)씨와 말다툼을 하다 뺨과 눈 부위를 손으로 때리고 넘어뜨린 뒤 가슴과 복부를 발로 차고 밟아 다발골절 및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입힌 바 있다.

B 씨는 10년 전부터 간경화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보행보조장치가 없으면 스스로 이동하기 힘든 상태였고, A 씨는 아파트 청소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며 남편을 병간호해 왔다.

이날 사건 직후 A 씨는 직접 119에 신고해 "남편이 다쳤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B 씨에게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사건 발생 며칠 뒤 경찰은 A 씨에게 B 씨에 대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조사를 했다. 단순 사고가 아닌 폭행으로 인한 사망으로 본 경찰은 1년 간의 수사 끝에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올해 초 검찰은 A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20일, A 씨에 대한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의하면 B 씨는 갈비뼈 양측 24개에 모두 골절이 보일 만큼 몸이 성하지 않았으며 오른쪽 겨드랑이 부위부터 아래로 6개의 갈비뼈도 추가로 골절돼 있었다. 숨진 B 씨의 사진을 본 일부 배심원들은 "미이라 같다"고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했다.

부검 결과 B 씨는 장간막 파열로 인한 다발성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고 자녀 등 다른 가족이 없었던 점을 미루어보아 B 씨에게 물리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은 A 씨가 유일했다. 또, 검찰은 A 씨가 막걸리를 마신 음주 상태였다는 점도 밝히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에 A 씨 측은 넘어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머리를 흔들거나 얼굴 부위를 친 것이며, 가슴과 복부를 발로 차거나 밟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피해자 스스로 넘어지면서 상해가 발생했을 수 있고,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 골절 등 상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난 2018년에도 넘어지면서 갈비뼈 4개 이상 부러지는 사고가 있었고, 평소 사이가 좋았다고 항변했다. B 씨의 친동생 역시 "형수가 그럴리 없다"며 선처를 요구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공판부터 배심원 평의까지 총 12시간 가량 소요됐다. 고심 끝에 배심원들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실제로 응급실 의사는 "오른쪽 옆구리가 심하게 부어 있을 정도로 외상이 심각해 큰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인 줄 알았다"고 말했고, 부검의는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이 있으려면 찰과상과 멍자국 등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 손등에 발생한 멍자국은 방어흔이며 단순히 넘어져서 생긴 상처로 보기 어렵는 의견을 냈다.

박 판사는 "피고가 배우자인 피해자에게 입힌 상해가 가볍지 않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오랜 기간 홀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간병한 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