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대룡 교수 "좋은 광고가 좋은 기부 이끌어…학계 발전 마중물 되길"
“기부 약정식을 맺은 다음날 곧바로 전 재산을 내놨습니다. 홀가분했지요. 제 나이가 팔십입니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닐 돈 정도만 있다면 족합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도 후학과 후배 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내줬으면 합니다.”

리대룡 중앙대 명예교수(80·사진)는 국내 광고학계의 ‘산 역사’로 불리는 석학이다. 국내 대학 최초의 ‘광고홍보학과’를 세운 주역이자 국내 1호 광고학 교수다. 한국광고학회 회장, 한국언론학회 광고학연구회장, 초대 방송광고심의위원장 등 그동안 맡은 직위도 다양하다.

평생을 광고학계를 위해 헌신해온 노(老)교수는 지난달 20억원을 모교인 중앙대에 기부했다. 전 재산을 선뜻 모교에 기부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리 교수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부를 결심했다”며 “이번 기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광고전문대학원’처럼 후배들이 광고학을 더 깊이 배울 수 있는 곳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위주로 광고 시장이 급격하게 변한 만큼 이를 위한 새로운 ‘배움터’가 시급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통상적으로 ‘기부약정’을 맺고 몇 년에 걸쳐 기부금을 내는 대신 리 교수가 한꺼번에 기부금을 학교 측에 전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 교수는 “법학전문대학원처럼 광고인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운영되면 국내 광고업계 역량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광고업계 전반이 다시 활기를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업계에 수많은 제자를 둔 리 교수지만 학교에 부임했을 당시만 해도 광고학과 설립을 주도하게 될지는 몰랐다고 회고했다. 중앙대 신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우연히 광고학 수업을 맡으면서 교수 부임 6년차가 되던 1974년, 광고학과 교수로 변신했다.

“197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광고학은 경영학과 또는 신문방송학과에서 부차적으로 다루는 과목에 불과했습니다. 국내 광고산업은 더욱 커지는데 ‘더부살이’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 측에 건의해 학과가 독립하게 됐죠. 이 덕분에 국내 첫 광고학 교수가 됐고 제일기획과 금강기획 같은 뛰어난 광고회사들의 자문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제겐 참 행운이었지요.”

광고학에 대한 리 교수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는 “광고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예술이자 도구”라고 강조했다. 기업 또는 개인의 사회 기부가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촉진하려면 광고매체가 대중에게 끼치는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다. 리 교수는 “좋은 광고가 좋은 기부를 만들 수 있다”며 “경제가 어려워지는 이 시기에 광고 전문가들의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그동안은 바빠서 특강 요청에 자주 응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특강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이외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여생을 편하게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