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욱 작가, 광주서 첫 개인전…10월31일까지
이강욱 작가(홍익대 교수)는 지난 8월 말 광주광역시 서구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입구 옆에 '보이지 않는 공간 시리즈' 진품 두 점을 걸었다.

잎구 옆은 전시를 알리기 위한 곳인데, 작품이 햇볕 등에 손상될 수 있어 보통 작품을 프린터로 출력해 거는 자리다.

이 작가는 "광주에서 여는 첫 전시인만큼, 관객에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겸연쩍게 말했다.

이 작가는 '움직이는 상(像) 변화하는 색(色) Shifting Shapes and Shades'을 주제로 오는 10월31일까지 로터스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심화된 탐구를 엿볼 수 있는 '지오메트릭 폼' 시리즈, 회화의 본질 요소인 색과 작가의 행위성을 극대화한 '제스처' 시리즈, 미시와 거시의 세계를 대비하는 '보이지 않는 공간' 시리즈 등 89점의 작품이 갤러리 두 개층을 가득 채웠다.

이 작가는 형이상학적 정신 세계와 자아의 문제를 회화로 탐구해왔다.

세포의 미시적 세계로부터 출발해 우주의 거시적 세계라는 역설적 개념을 회화로 구현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생물학, 천체물리학 도서에 실린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아주 작은 세계에서 조금씩 회화의 추상성을 넓혀갔다"며 "회화의 조형 탐구와 주제를 심화해 나가는 전 과정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강욱 작가, 광주서 첫 개인전…10월31일까지
작가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소개한 '지오메트릭 폼' 시리즈는 고대 힌두 철학의 텍스트 '우파니샤드(Upanishads)'에서 개념적 모티프(회화·조각 등에서 표현·창작의 동기가 되는 작가의 내부충동)를 찾았다.

이 작가는 우파니샤드의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식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물질 이상의 것이 있는가' 등과 같은 철학적 물음이 담고 있는 자아와 세상, 우주의 원리와 상호관계에 대한 깨달음의 순간을 회화적 조형성을 통해 찾고자했다.

작품에 섬세한 화면에 구체적인 대상과 주제를 설정한 이 작가는 기존 추상 회화와 구별돼 박서보와 이우환의 계보를 잇는 한국 신추상 작가로도 평가받는다.

정연심 홍익대 교수는 "작가의 신체를 통한 행위성이 강조된다는 측면에서 1970~1980년대 단색화의 계보를 잇지만, 색이나 재료의 물성 대신에 톤과 레이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추상회화'로 이해될 수 있다"고 평했다.

이 작가는 역대 최연소(26세)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생 시절 대한민국회화대전 대상, 동아미술상, 송은미술상 수상 등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이후 8년 간의 영국 유학생활 동안 첼시아트&디자인과 석사, 이스트 런던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 작가로 발탁됐다.

홍익대 회화과 교수로도 부임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로터스갤러리 관계자는 "관객이 전시를 통해 우주의 최고 원리인 범(梵)과 개인의 본질인 아(我)가 같다는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梵我一如)' 깨달음을 얻어가길 소망한다"며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친 모두가 예술로 치유의 여정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LS산전, 현대에이치티 등이 후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