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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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사진)을 구속했다. 지난달 13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지 20일 만이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방역 지침을 어긴 채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이날 6시10분께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경찰은 5시28분께 영장 집행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이날 영장 집행에는 40개 부대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사무실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인근 도로와 출입구를 통제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영장 집행에 응하고 동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양 위원장은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양 위원장은 지난 5~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5월 ‘노동절 대회’에 이어 6월 ‘택배 상경 투쟁’ 등을 벌였다. 7월 3일에는 조합원 8000여 명이 서울 종로 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최다(800여 명)를 기록할 때였다. 민주노총은 7월 23일과 30일에도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 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하려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7월 3일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일련의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수사를 했다. 이후 집회 책임자인 양 위원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양 위원장은 모두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지난달 6일 신청했다. 이어 같은달 13일 서울중앙지법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영장을 집행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양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집행하려고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양 경경수 위원장을 포함해 총 여섯 번이다. 권영길 위원장(1995년), 단병호 위원장(2001년), 이석행 위원장(2009년), 한상균 위원장(2015년), 김명환 위원장(2019년)이 구속됐다.

양 위원장 구속으로 노·정 관계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친노동 기조를 펴왔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 몇몇 쟁점 사항을 두고 민주노총과 이견을 보여왔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말 정부를 규탄하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