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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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방역 지침을 어긴 채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입건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사진)은 경찰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했다. 경찰이 강제수사 착수에 미적대고 있어 ‘늑장 수사’란 비판도 나온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오는 30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고객센터 상담사 직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방침이다. 집회 신고 인원은 792명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집회 장소를 정문 앞 여덟 곳으로 나눠 한 장소에 99명씩 참여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원주시가 지난 22일부터 1인 시위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 집회다.

지난 23일 민주노총 조합원 400여 명은 건보공단 앞에서 같은 집회를 강행하려다 경찰에 제지됐다. 이 과정에서 집회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원주시는 공공운수노조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26일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 거리 일대에서 80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최다(800여 명)를 기록할 때였다. 정부의 집회 자제 요구에도 민주노총은 집회를 강행했다. 지난 23일에도 민주노총 조합원 800여 명(경찰 추산)이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소에서 집회를 열고 천막 농성을 했다. 민주노총은 “집회 강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3일 집회를 전후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책임을 민주노총에 돌리고 있다”며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심각한 헌법 유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집회 당일에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민주노총 불법 집회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25명을 내·수사하고, 이 중 부위원장 등 6명을 소환조사했다. 다만 집회 책임자인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3주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양 위원장이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를 모두 불응해서다.

이 때문에 경찰이 ‘늑장 수사’를 벌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작년 8월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당시 경찰은 해산 명령에 불응한 3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양 위원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 출석 일자를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주최나 성격과 무관하게 신속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