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대서'에 서울 돈의동 쪽방촌 가보니
골목길 그늘길에서 삼삼오오 부채질…무료 급식소, 쉼터도 줄어
"여름철 쪽방촌 주민에 대한 대면 관리 적극 필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장강호 기자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장강호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었던 22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길을 따라 현관마다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날씨였지만 골목길에서 연신 부채질을 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 언저리에 자리를 펴고 앉아있던 한 노인은 “날씨가 덥다고 하지만 집 안에 있는 것보다는 바깥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역대급 무더위’가 시작됐지만 쪽방촌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기란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부분 주민들은 집 안 열기를 피해 밖으로 나와 있었다. 돈의동 쪽방촌에는 창문이 없는 집이 상당수였다. 집안의 열기를 내보낼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현관을 활짝 열어놓거나 집 밖에 앉아 더위를 식힌다는 설명이다. 끈으로 현관문과 벽을 연결해 문이 바람에 닫히지 않도록 해놓은 집이 곳곳에 있었다.

에어컨은 언감생심. 냉장고를 가진 주민도 손에 꼽는다고 했다. 돈의동 쪽방촌 입구에 있는 쪽방상담소 ‘새뜰집’의 최선관 행정실장은 “공간이 너무 협소해 쪽방촌 주민 대부분이 에어컨은 커녕 냉장고도 갖고 있지 않다”며 “한여름에 냉수로 더위를 식히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도 쪽방촌 주민들의 ‘여름나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상당수 무료 급식소와 쉼터가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이 더위를 이겨낼 곳이 줄었다. 운영 중인 무료 급식소가 있지만 마스크를 낀 채 더위를 뚫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탓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쪽방촌을 찾는 도움의 손길도 줄었다. 각종 물자 지원이나 상담 등이 예년에 비해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각 지자체들도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돈의동 새뜰집은 다음달까지 ‘노숙인 쪽방 주민 특별 보호대책 집중 기간’을 운영한다. 집중 기간 동안 쪽방촌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방문해 생수와 각종 간편 식품을 받을 수 있다. 쪽방촌 주민 520명 중 고위험 대상 30명에게는 직접 생수와 비품을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 쪽방촌의 한 할머니는 “새뜰집에서 생수도 가져다주고 소방관들이 와 바닥에 물도 뿌려줘서 그나마 버틸 만 하다”며 폭염이라 힘든 와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더위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질병관리청의 ‘2020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1078명, 사망자는 9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자 수는 폭염일수와 비례해 증가했다. 사상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던 2018년 폭염일수는 31.4일로, 온열질환자는 4526명이었다. 올해 여름은 열돔 현상으로 2018년의 폭염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여름철 쪽방촌 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대면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쪽방촌에 거주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쪽방촌에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 젊은 사람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직접 방문을 통해 노인의 상태를 파악하는 등 대면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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