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중랑소방서에서 소방대원에게 코로나19 확진자와 백신 접종 이상반응자를 옮기는 이송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랑소방서는 전국 소방서 가운데 처음으로 ‘원스톱 감염 관리실’을 마련해 이달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중랑소방서에서 소방대원에게 코로나19 확진자와 백신 접종 이상반응자를 옮기는 이송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랑소방서는 전국 소방서 가운데 처음으로 ‘원스톱 감염 관리실’을 마련해 이달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뉴스1
수도권에 사실상 ‘저녁 통금’ 조치가 내려진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코로나19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존 세 차례 대유행 때와는 다른 각종 변수가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활동이 많은 2050세대의 백신 미접종, 느슨해진 방역의식, 이동량이 많은 휴가철, 방역 지침 혼선이 겹친 데다 진화한 바이러스(전파력이 2.4배 강한 델타 변이)까지 활개를 치면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방역망이 무장해제됐다는 것이다.

델타, 휴가철 만나 지방으로 확산

확진자 3명 중 1명 '깜깜이'…방역 혼선·휴가철 겹치며 대확산
이달 들어 시작된 4차 대유행의 키워드는 델타 변이다. 지난주 전체 신규 확진자의 39.9%를 차지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아예 없었거나 힘을 못 썼던 과거 세 차례 대유행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델타 변이가 아무리 강해도 만남과 이동을 자제하면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때마침 휴가철이 되면서 수도권에 묶여 있던 델타는 지방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대표 여름 휴가지인 강원(6월 30일 1명→7월 20일 54명), 제주(1명→34명), 부산(17명→100명)의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 게 증거다.

여기에 ‘원정 유흥’이 더해졌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사적 모임 허용인원을 다르게 하다 보니 규제가 약한 곳으로 수도권 젊은이들이 몰렸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SK텔레콤의 휴대폰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 주말 비수도권의 이동량(3555만 건)은 2주 전 주말(6월 28일~7월 4일·3375만 건)에 비해 5.3%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이동량이 거리두기 4단계 여파로 8.6% 감소(3147만 명→2876만 명)한 것과 대조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별로 단계를 조각내다 보니 풍선 효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거리두기 4단계를 2주간 일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경로 몰라 차단 어려워

과거 대유행에 비해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늘어난 것도 4차 대유행의 특징 중 하나다. 이달 들어 감염경로를 몰라 ‘조사 중’인 비율은 32.5%로, 한 달 전인 6월 첫째주 24.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확진자가 늘었다는 건 산발적인 감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대구 신천지교회 등 대규모 집단감염에서 비롯된 지난 대유행 때는 감염고리를 잘라내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지금은 확진자 셋 중 한 명이 어디에서 걸렸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감염경로 차단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확진자의 73%가 20~50대란 것도 가파른 확산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들 연령대는 경제활동인구로 활동량이 많지만 백신 접종률은 10~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령대별 접종률은 △18~29세 12.5% △30대 22.1% △40대 16.0% △50대 13.7%로 80%가 넘는 60대 이상에 비해 크게 낮다.

일각에선 ‘잠재적 전파자’가 될 수 있는 밀접접촉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도 확진자 양산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확진자가 급격히 늘자 밀접접촉자에 대한 통보와 동선 관리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낙관론이 방심 키워

정부는 당초 7월 1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를 적용하려 했었다. 6월 20일 발표한 자료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대폭 완화’다. 당시 4명까지만 허용했던 수도권 사적 모임 인원을 중간단계(7월 1~14일 6명)를 거쳐 8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도권 식당·카페 영업시간도 밤 10시에서 12시로 늘려주고, 수개월째 문을 닫은 유흥시설도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은 더 많이 풀어줬다.

하지만 당시는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4차 대유행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때였다. “섣부른 정책”이란 우려가 의료계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델타 변이는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밀어붙였다. 6월 28일에는 “방역상황을 봐가며 소비 쿠폰,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전방위적 내수 보강 대책을 추진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다.

정부가 오판했다는 건 열흘 뒤 급격히 늘어난 확진자 수로 판명됐고, 결국 이전보다 훨씬 강한 규제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낙관론을 4차 대유행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조만간 코로나19가 잡힐 것”이란 메시지가 안 그래도 ‘방역 피로감’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헤집었다는 것이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