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뒤덮은 젠더갈등 (3·끝) 해결책은 없나

경제·교육·정치 모두 바꾸자
남녀 서로 이해하는 게 기본
가정·학교부터 차별교육 주의를

2030들 경제적 박탈감 극심
균등한 기회 줘야 갈등 해소

정치권, 뒷짐만 져선 해결 못해
노르웨이 징병제 과정 참고할 만
‘젠더갈등’이 우리 사회가 꼭 풀어야 할 이슈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서로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교육·경제·정치가 총체적으로 바뀌는 게 갈등의 골을 메우는 길”이라고 말한다.
"젠더 갈등은 청년·일자리 얽힌 고차방정식…정치권이 풀어라"

‘젠더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주목받자 정치권도 서서히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4일 한 포럼에 참석해 “공정성에서 가장 심각한 영역은 성평등 문제”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시되는 해결책이 대부분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여성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대남’(20대 남성)의 역차별을 막아야 한다”는 식의 단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젠더갈등이 폭발한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갈등을 줄이는 해법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제·교육·정치가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터 바뀌어야
"젠더 갈등은 청년·일자리 얽힌 고차방정식…정치권이 풀어라"

“우선 남녀가 처한 현실을 서로가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젠더갈등을 넘어 성평등한 사회로’라는 보고서에서 “20대 여성의 불만이 사회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과 달리 20대 남성의 불만은 ‘여성 혐오’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며 “서로 다른 요구를 듣고 이해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젠더갈등을 심각한 혐오·차별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가정과 학교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심한 인종차별을 겪어 온 서구사회가 어릴 때부터 차별, 혐오 등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처럼 한국도 서로 다른 주체에 대한 포용력을 넓히도록 교육 내용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주어진 문제를 구성원끼리 해결하도록 ‘소통하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일자리 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 새 한국에서 젠더갈등이 극심한 데는 ‘먹고사는 문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직된 고용시장, 만성적 저성장에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기술 발전까지 더해져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대학 졸업=취업’이란 공식이 철저하게 깨지자 이에 대한 책임과 분노를 서로 다른 성별에 돌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자리 부족이 심화하는 와중에 적극적 이민 정책이 더해지면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득세했던 유럽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갈등은 유독 2030세대에서 심한데, 이 세대가 취업과 내 집 마련 등 경제적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교육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최소한의 기회조차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젠더갈등의 주축인 2030세대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경제·사회구조가 총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갈등 해결 주체돼야
정치권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노르웨이의 여성징병제 도입 과정이 우리 정치권이 참고할 만한 선례로 꼽힌다. 노르웨이는 군 병력 부족을 해결하고 성평등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부터 여성징병제를 시행했다.

지금 한국이 그러는 것처럼 노르웨이도 처음 여성징병제를 논의했을 때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여성계는 “여성징병제와 같은 기계적 평등은 성평등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노르웨이 국방부 조사 결과에서도 여성징병제에 찬성한 사람은 45%에 머물렀다.

갈등을 해결한 주체는 정치권이었다. 방위당국은 물론 사회주의 계열의 여성 정치인까지 나서 “여성과 남성은 권리와 의무를 공유해야 한다”며 반대 여론을 설득했다. 박진수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르웨이 각 정당과 의회는 여성징병제에 대한 여러 논의를 흡수해 사회적 합의를 주도했다”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치권이 나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길성/오현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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