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이 비극적으로 숨진 광주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건설현장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안전불감증’이 꼽힌다. 감리업체의 업무 소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일각에선 “사고가 날까 두렵다”는 시민 제보가 있었지만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지난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붕괴 참사가 발생하기 두 달 전 한 주민이 “철거 현장이 위험하다”며 관할 구청인 동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구는 현장에 주의 공문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가 접수됐지만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철거현장은 대로변과 붙어 있어 사고 발생 시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며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행 감리제도 취지는 감리업체가 현장 안전관리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감리 지정 이후 구청에서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 감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5월 개정된 건축물관리법은 4층 이상 건물 해체 공사를 할 땐 지자체가 감리를 직접 지정하도록 했다. 2019년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잠원동 사례에서처럼 철거업체와 유착한 감리업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업체’를 지자체가 직접 선정하라는 취지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는 현실적으로 현장 지도에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산하 5개 구청에 소속된 철거 업무 현장 담당은 구청별로 두세 명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광주 시내 재개발·재건축 철거현장은 동구 두 곳, 남구·북구 각각 한 곳이다. 사업지마다 542~3214가구를 짓느라 철거 건물이 최대 수백 채에 이르는데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지도 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현기 동구청 건축과장은 “건축과 직원 중 단 두 명이 철거 민원에 대응하고 현장 지도를 맡고 있다”며 “사고가 난 재개발 현장에 직원을 보내기 어려운 처지였다”고 해명했다.

광주=최한종/임동률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