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구청 책임성 강화…'시내 신축 아파트' 시장 수요 반영
강북 공급·강남 안정 '두마리 토끼' 노린 오세훈 재개발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발표한 재개발 공급 완화 정책은 그가 취임 때부터 강조한 '스피드 주택공급'의 사실상 첫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신중 모드'에 머물렀으나 이날 발표로 본격적 공급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오 시장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주택공급의 양대 방안 가운데 이날 재개발을 먼저 발표했다.

재건축 방안은 '추후' 발표하겠다며 뒤로 미뤘다.

이는 강남권에 밀집된 재건축보다 강북권에 산재한 재개발 가능 지역에 먼저 손대 노후화·슬럼화가 진행된 강북권 일대 주거환경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가 빈발한다고 판단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감속' 신호를 보내면서 시장 상황이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대책이 일선 구청의 책임성을 강화하면서 현재 서울시의 정치 지형을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그간 재개발은 통상 주민들이 직접 움직여서 필요조건을 달성하고 구청을 통해 시에 신청하는 식이었다.

각양각색의 주민들이 활동하다 보니 의견이 모이기 힘들었고, 전문 브로커들이 뛰어들어 잡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다.

이런 방식은 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 기간을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주민 신청을 시에 전달하는 '배달부' 역할에 그쳤던 구청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재개발 구역 공모 계획을 밝히면서 "각 자치구청장께도 협조를 요청한다"며 "공모계획을 인지하시고 미리 주택수급계획을 분석해서 재개발이 필요한 구역을 조사해 참여하신다면 주민 의사가 반영된 주택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구역을 공개 모집할 때 주민들한테만 맡겨두지 말고 구청이 중간 역할을 충실히 해서 지역주민 목소리를 잘 대변해달라는 주문이다.

시는 나아가 공모 신청의 주체를 '구청장'으로 못 박아 이런 기조를 더욱 확실히 할 방침이다.

강북권 모든 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상황에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시의 부동산 정책에 협력해 구민들이 바라는 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동기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강북 공급·강남 안정 '두마리 토끼' 노린 오세훈 재개발
요즘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의 희망 사항이 정책 기조에 깔린 점도 주목된다.

시는 이번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2025년까지 총 1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구역 지정 물량으로, 지정에 따른 멸실과 순증 등 '실질적 공급 증대' 규모는 따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서울 시내 신축 아파트'를 원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떠안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주택 공급이 극도로 축소된 현 추세를 방치할 경우 2026년 이후 입주 물량이 연평균 4천호로 급감하고, 이에 따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덩달아 급등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에 포함된 도시계획국 소관 사항을 보면 오 시장 체제에서 도시계획국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완화' 또는 '허가'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 시장은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규제를 받는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7층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