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은 접종 스케줄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17일 충남 천안시의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대상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은 접종 스케줄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17일 충남 천안시의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대상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가 일상으로 회복하는 속도를 결정한다. 백신 접종을 주저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도 그만큼 느려질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다. 백신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극복하는 유일한 도구다. 하지만 이 백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혈전증 환자가 발생해 유럽 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이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 중 혈전증 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부터 허가 과정에 이르기까지 믿음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 많다”면서도 “백신 접종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사망 신고 열흘 만에 혈전증 발생 공개

AZ 1700만명 접종한 유럽, 혈전 40건 미만…"백신과 인과성 낮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혈전증 관련) 이상반응 보고 사례는 없고 사망사례 중 한 건 정도 (혈전증) 부검 소견이 보고됐다”고 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60대 여성 환자가 지난달 26일 백신을 맞은 뒤 지난 6일 사망했다. 사인은 호흡부전으로 신고됐지만 부검의는 혈전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환자가 백신 접종 때문에 혈전이 생겨 사망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중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간 시간적 개연성이 낮았다”며 “의무기록상으로도 흡인성 폐렴, 급성심근경색 등 다른 사망 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 백신과는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 청장과 질병청 설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국내에서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사례가 없다’던 그간의 정부 설명과 달리 혈전증을 호소한 사례가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도 혈전증 논란…‘영향 없다’

피떡으로도 불리는 혈전은 혈액이 뭉치는 것을 말한다. 혈전이 돌아다니다 혈관을 완전히 막거나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혈전증이라고 한다.

백신 접종 후 혈전증 환자 발생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통상 감염병에 걸리면 혈전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세균 등 외부 물질에 대한 자극이 생기면 몸 속 염증 반응이 늘어나고 혈전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백신을 맞은 뒤 감염병에 걸린 것과 비슷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혈전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연구팀이 2017년 10월 국제학술지 ‘백신’에 발표한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07~2012년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심혈관 혈전증, 폐색전증 등 정맥 혈전증을 호소한 50세 이상 환자 396명을 분석했다. 백신 접종 후 1~10일간 혈전 생성 위험이 증가한 환자는 없었다. 연구팀은 백신과 혈전 생성 간 관련이 없지만 담배를 피운 사람들에게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혈전 발생에 영향을 준 요인은 백신이 아니라 흡연이었던 셈이다.

국제혈전지혈학회(ISTH)는 최근 “수백만 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보고된 적은 수의 혈전 증상 간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백신 접종의 이익이 합병증 위험보다 크다”고 했다. 이들은 혈전증을 호소했던 적이 있거나 혈액응고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백신 접종으로 혈전증이 생겼을 가능성은 낮다”며 “백신 접종은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첫 단추 잘못 끼운 아스트라제네카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백신 부작용을 관리하고 있는 영국 정부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간 혈전증 발생률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도 없다. 혈전증은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100명 이상 호소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80세 이상은 인구 10만 명당 500명 정도가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과학적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유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상 설계 과정에서 생긴 오해 때문으로 추정했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백신은 4만 명 이상 대규모 임상시험이 단일한 프로토콜로 체계적으로 잘 이뤄졌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각각 조금씩 다른 4개의 임상시험을 묶어 지난해 12월 중간결과를 발표했는데 고령층이 적게 포함됐고 두 차례 백신 투여 간격도 제각각이었다”고 했다.

정교하지 못한 임상시험 설계 탓에 접종 초기 의·과학계 신뢰를 얻지 못했다. 임상시험 중 횡단성 척수염 사례가 보고된 것도 악재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것도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영국 내 접종 데이터로 극복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직접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는 영국의 1회 접종 후 데이터가 유일하다”며 “그 결과는 1회 접종 후 입원 방지 효과에서는 두 백신 간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