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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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떠난 이후 정계진출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 “게임의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하는 등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당분간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하진 않고, 본격적인 정치행보는 4·7 보궐 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측 한 관계자는 10일 윤 전 총장이 공보 담당자를 선임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SNS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일각의 관측에 대해 “현재로서는 3~4월 중에 특별한 활동을 할 계획이 없어 공보활동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저술이나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검찰개혁을 포함한 법치주의 질서에 관해 종합적인 입장을 정리할 계획은 갖고 있다”며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다. 강연활동이나 기타 외부적 활동도 3~4월 중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신 징계취소소송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윤 전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사퇴한 만큼 ‘소송의 실익’은 없어진 셈이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징계의 부당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취하 없이 끝까지 다툰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윤 전 총장의 칩거생활이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약 한 달 남은 4·7 보궐 선거까진 관망세를 유지하다가, 선거 결과에 따라 상황을 봐가며 정치 활동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여서 당분간 공개행보를 자제한다는 의미일뿐, 한달 이상 ‘완전한 칩거’ 생활을 하며 보내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총장은 이날도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LH 사태’와 관련한 사실상 정치적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게임의 룰조차 조작되고 있다”며 “청년들이 공정한 경쟁을 믿지 못하면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해당 언론은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에도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해온 윤 전 총장이 ‘공정’이란 가치를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미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정계개편 추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NS에 “윤 전 총장이 김한길(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정동영(전 민주평화당 대표) 등 비문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계개편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썼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9.0%를 기록, 이재명 경기지사(24.6%)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3.9%)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해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32.4%를 기록한 바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