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아이들이 큰 소리로 공놀이를 해서 엄청 시끄럽습니다." "보호자들의 잡담이 아이들보다 더 시끄러울 때도 있어요. 주의를 줘도 무시합니다."'진상 이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도로족(道路族) 맵'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놀 공간을 잃어버린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하는 어른들의 갈등이 커지면서 생겨난 사회현상이다.도로족은 노상에서 큰 소리로 뛰어노는 아이들과 이를 방치하는 보호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공원이나 놀이터가 아니라 주택가에서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민폐 이웃을 가리킨다. 도로족맵은 2016년 처음 만들어졌지만 작년 3월부터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공립학교가 일제히 휴교하고, 긴급사태선언으로 공원이 폐쇄되면서다.2016년 사이트를 개설하고 1년 간 600건에 불과했던 등록건수가 작년 3월 3000건을 넘어섰다. 5월 4000건, 6월 5000건 등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때는 매월 1000건씩 진상이웃에 대한 '진정'이 들어왔다. 2021년 2월 현재 등록건수는 6000건을 넘었다.사용법은 간단하다. 지도의 등록 포인트를 클릭하면 해당 지역 도로족에 대한 정보가 뜬다. 도쿄 미나토구 니시아자부 지역의 등록 포인트를 클릭하면 "시끄러운 도로족-경찰에 신고해도 '예전부터 존재하던 마을의 문화'라며 전혀 반성하지 않는 도로족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뜬다.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는 사용자가 참고할 수 있다. 피해를 본 사람이 정해진 양식에 맞게 피해 내용을 작성해서 보내면 사이트 관리자가 확인을 거쳐 등록한다. 도로족 맵을 처음 만든 사람은 12년째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다. 그 자신이 도로족 때문에 이사를 해야만 했던 피해자다. 전에 살던 집에서는 아이들이 에어컨 실외기에 기어오르거나, 집 벽을 골대 삼아 축구 슈팅 연습을 했다. 돌을 던져 차에 흠집을 내거나, 담 넘어 배드민턴 셔틀콕을 집어 간다며 화분을 깨뜨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스트레스로 일을 못할 지경이 되자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하고, 보호자에게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거의 매일 차에 침을 뱉거나 죽은 쥐를 현관에 놓아두기도 했다.그는 경제주간지 동양경제에 "온라인 상에서 나 같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도로족이 있는 곳에서는 두 번 다시 살고 싶지 않아서 정보 공유 차원에서 사이트를 열었다"고 말했다.일본 법상 노상에서의 놀이는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76조4항3호는 '교통량이 많은 도로에서 공놀이와 롤러스케이트, 또는 비슷한 행위를 금지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반하면 범칙금 5만엔(약 52만원)을 부과받을 수 있다.14조3항은 '교통량이 많은 도로 또는 철로 혹은 그 주변에서 아동을 놀게 하거나 보호자 없이 아동이 걸어다니게 해서는 안된다'며 보호자의 책임도 묻고 있다.사이트 운영자는 등록신청서 가운데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 정보를 걸러내고 매일 10건에서 많게는 100건의 정보를 게재한다. 등록한 지 3년 동안 방치된 곳이나 문제가 해결된 지점은 삭제한다.등록자와 도로족으로 지명된 거주자의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 서로의 주장을 동시에 게재해 "단순한 비방사이트가 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도로족 맵 홈페이지는 "아이들이 밖에서 뛰노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원 등 놀 수 있는 장소에서 마음껏 놀게 해주세요"라고 안내하고 있다.도로족 사이트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애들이 뛰어노는 걸 가지고 지도까지 만들다니 너무 각박하다'는 것이다. 기타오리 미쓰타카 나고야 긴조학원대학 교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폐 끼치는 행위의 정의도 달라진다"며 "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생기는 문제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이트를 도로행정 수요를 파악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사이트 운용자도 "가해자가 '너그럽지 못하다'는 무적의 어휘를 써서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것은 '당신 사정은 모르겠고 그저 무조건 참으라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GDP가 462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이었던 2019년 4분기 GDP(468조8000억원)의 98.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업종별로 양극화 뚜렷하게 나타나한경연은 2008년 4분기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년만에 분기별 GDP가 위기 직전(2008년 3분기) GDP의 101.0% 수준을 회복했던 것과 비교하며 코로나19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또 위기 직전 분기 GDP와 위기 발생 이후 GDP 최저치를 비교해 계산한 감소율로 충격 강도를 측정한 결과, 외환위기(-7.6%)가 가장 컸고 코로나19(-4.4%), 금융위기(-3.2%) 순이었다고 설명했다.충격 회복에 걸린 기간은 외환위기가 6분기, 금융위기가 4분기였고 코로나19는 5분기째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업종별로는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제조업은 분기 GDP가 지난해 2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빠르게 반등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만에 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의 97.9%에 불과했다. 서비스업 타격 크게 받았다한경연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해 국내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황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설명했다.서비스업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숙박·음식업과 교육, 문화 업종이 타격을 크게 받으며 작년 하반기까지도 뚜렷한 회복 양상을 보이지 못했다.분기별 GDP는 외환위기 당시보다도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증가하면서 도·소매업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항목별로는 민간 소비의 'L자형'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은 작년 2분기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경기 부진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93.4% 수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경연은 1∼2분기만에 민간 소비를 회복했던 과거 경제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어 "확진자 수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의 반복이 소비 위축 장기화의 원인"이라며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올해 말까지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수출은 지난해 2분기에 코로나19 직전의 82.8%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4분기에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한경연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빠르게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미국 등 주요 소비시장의 경제활동이 작년 하반기부터 재개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