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넘어 엔데믹(종식 없는 토착 전염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바라보는 세계 보건·방역 전문가들의 관점 변화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5년이 지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19 정복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이르면 연내에도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기대하는 일반인들의 전망과 차이가 크다.

코로나19 종식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변이다. 세계 전역으로 퍼진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지에서 전염력이 한층 더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변이를 거듭하면 종식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국가 간 이동 및 교역이 인류 역사상 가장 활발한 시점이라는 점도 이유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을 감안하면 인구의 70%가 면역을 형성해야 유행이 멈춘다. 하지만 세계인의 70%가 일괄적으로 같은 시기에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진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면역을 키우는 사이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코로나19 전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국가 간 편차는 개별 국가에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성공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 사라진 뒤 해외에서 유입된 코로나19로 다시 유행이 시작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모더나 등 백신 회사들이 백신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이 된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다수 국가가 국경을 막은 상황에서는 국가 단위의 백신 접종이 일상활동 재개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될 수 있다. 한국 방역당국도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이 형성될 정도의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면역력 지속 기간을 두고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가 ‘종식’보다 ‘익숙해지는 것’이 빠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