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금까지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재판을 받은 6명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모두 무죄로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이균용)는 29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 세 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때 판사들을 겨냥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상황 등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고,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법관이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임종헌 전 차장이었다.

1심은 신 부장판사 등이 영장재판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밖으로 빼돌리기로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들이 관련 내용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행위는 실무 관행에 가까우며 유출된 내용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신광렬의 보고는 행정처의 신속한 조치 등에 필요한 것으로 한정됐다”며 “통상적인 경로와 절차에 따라 임 전 차장에게 보고됐고 임 전 차장은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영장전담 판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행동준칙이 없고, 법원 내부에서도 이런 사태에 대처할 정도로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법원 모두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 수사와 기소가 부당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관 탄핵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이라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총 14명이다. 이 중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이태종 전 법원장 등 6명은 1심 또는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