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이 작성한 항소이유서를 ‘복붙(복사+붙여넣기)’하듯 그대로 활용해 상고이유서를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한 변호사가 수임료 일부를 돌려주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9단독 정우정 부장판사는 A씨가 부장검사 출신 B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변호사 수임료 반환 소송에서 “B 변호사는 A씨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1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씨는 20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하고 B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B변호사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는 자신이 2심 때 작성한 항소이유서의 내용과 자구(字句) 하나 달라진 것 없이 똑같았다.

이에 A씨는 B변호사에게 보수금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400만원만 돌려받았다. 나머지 보수금 1600만원도 돌려달라며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상고이유서는 전체적으로 원고가 제출했던 항소이유서와 체계나 내용이 같고 표현만 일부 수정한 정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받은 변호사 보수액은 신의성실 원칙 내지 형평의 관념에 비춰 과다하다”며 “보수액을 40%로 감액하라”고 판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