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사진=뉴스1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사진=뉴스1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직후 이상 증세를 보인 환자에게 피해를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 이수영 백승엽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A(74·남)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던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10월 7일 경기 용인의 한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가 11일 뒤 다리와 허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결과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길랭바레증후군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마비시키는 말초성 신경병으로 바이러스 감염 또는 예방접종 후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질병관리청에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으나 길랭바레증후군과 예방접종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은 A씨가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기 닷새 전에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질병관리청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기각 처분 후 90일이 넘게 지나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하면서 "예방접종 위험이 현실화해 길랭바레증후군이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1심에서 소송 기간이 문제가 된 점을 고려해 항소심에서는 최초의 기각 처분이 아닌 이의신청 기각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 내용을 변경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 요건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받은 예방접종과 길랭바레증후군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으며 예방접종으로부터 길랭바레증후군이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