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안 나는데 유지비만 들어가
활성화 방안 내놨지만 시작도 못해
관련 산업단지 조성계획도 '첩첩산중'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아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GIF=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에는 경기가 열리지 않아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GIF=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국내 최초 포뮬러1(F1) 경기장으로 개장한 전남 영암 국제자동차경주장(F1 서킷)이 적자 늪에 빠졌다. 원래 목적인 F1 대회 유치가 난망한 데다 운영 수입보다 유지비가 더 나가면서 지난해 적자폭은 최근 5년간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43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곳인 데 반해 활성화 방안은 10년째 뜬구름만 잡고 있는 상황이라 최소한의 경제성을 확보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입된 예산만 4300억, 지난해 운영수지는 1억대 적자
25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암 F1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총예산은 국비 728억원과 도비 3447억원, 특별 교부세 110억원을 합해 총 4285억원에 달했다.

2010년 문을 연 뒤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지난해 F1 서킷 운영수지는 1억61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남도는 F1서킷 건립 당시 발행한 지방채 2800억원 중 1000억원 정도를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F1 서킷을 찾는 방문객마저 2016년 19만2000명에서 지난해 12만9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경기장 관리비, 인건비 등에 사용되는 지출은 2015년 30억800만원에서 지난해 34억410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GIF=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GIF=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유스호스텔·직업체험관 건립 계획, 시작도 못하고 헛수고
전남도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도 차원에서 F1 서킷 활성화를 위해 경기장 주변에 유스호스텔과 직업체험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남도는 2021년까지 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올해 2월까지 3000만원을 들여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청소년 22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유스호스텔을 만들기로 했었다. 올해 6월까지는 18억원을 투입해 청소년들 방문을 유도하는 직업체험관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 내 청소년 수련관이 이미 여럿 존재하고 청소년 인구 감소에 따른 운영수익 악화 가능성이 제기돼 사업 추진이 보류됐다. 직업체험관 역시 전남 지역 내에 존재하는 직업체험관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주변 여건 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은 채 설익은 계획만 내놨다가 그나마도 진척이 안 되는 상황인 셈.
전남도 관계자 : “경기장 지출이 늘어난 부분은 최저임금이 오르고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인건비가 상승한 영향일 것으로 생각한다. 유스호스텔 관련 사업은 지난 2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들어가기 직전에 전문가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조언을 해 사업 시작 전 중지된 상태다.”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 주변에는 말라버린 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23일 오전 전남 영암 인터네셔널 서킷(F1) 경기장 주변에는 말라버린 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F1서킷 활용해 자동차 부품산업단지 조성? 전략은 '부재'
전남도는 F1 서킷을 거점으로 자동차 부품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013년부터 1200억원을 투입해 미래형 자동차 튜닝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F1 서킷에는 자동차 부품을 연구하는 14개의 기업 연구소가 들어와 있다. 도가 이를 기반으로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예산이 투입된지 7년이 지난 현재 유치된 기업은 단 4곳으로 알려졌다.

보다 많은 기업 유치를 위해 F1 서킷 인근 삼포지구가 개발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아직 부지 조성이 덜 된 상황. 게다가 삼포지구 부지 개발은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언제쯤 부지 조성이 마무리될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었다.
김기태 더불어민주당 전남도의원 : "F1서킷 단 하나로 성과를 내보려하기보다는 영광군의 전기 자동차 모터산업 같은 지역 기반 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구축해 사업 방향을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유관 박람회나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방향으로 가면 보다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지 않겠나. 말이 먼저가 아니라 행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영암=김기운 한경닷컴 기자 kkw10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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